완성차 '원가 절감' 전략, 설비 변경 줄이고 부품 공유
최근 한 플랫폼서 다양한 크기 차량 개발 가능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완성차 업계가 원가절감을 통해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신차교체주기가 빨라지고 개발비용 역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초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의 신차 교체주기는 부분변경모델을 제외하고 크게 약 7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했다. 개발시간에 소요되는 기간도 있겠지만 1대의 차량을 출시해 개발비용을 회수하는 대까지 걸리는 시간까지 포함된 주기다. 하지만 최근 이런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는 설계부터 디자인, '가치 사슬(v-alue chain)' 관리를 통한 합리적 부품 구매,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든 차를 만드는 '플랫폼 통합' 등 다양한 곳에서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현대차 베뉴, 현대차 코나, 기아차 셀토스, 기아차 스토닉 /사진=미디어펜DB


특히 자동차 원가는 원재료와 인건비, 국제유가에 따른 물류비용 변동, 환율 등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원가를 구성하는 구조만 정해져 있고 시장변수에 따른 손해는 회사가 감수하는 구조다. 물론 변동에 따른 이익도 회사의 몫이다.

과거 일본 스즈키가 인도 시장 저가형 모델의 원가구조를 공개한 바 있다. 

인도 생산 현지전략형 소형차 스즈키 마루티의 전체 가격 중 △엔진과 변속기는 28.2% △차체(섀시) 9.5% △물류 5.1% △딜러마진 4% △보증수리비 1.8% 등이 자리를 차지한다. 항목에 따라 개발에 들어간 비용이 포함된다.

이 비율은 소형 차량이다 보니 기본적인 차량의 구성에 대한 내용만 포함돼 있어 모든 차량으로 적용시키기는 어렵다. 특히 고급차량의 경우 소재에 들어가는 비용도 다르고 인건비 역시 다르게 적용된다. 

완성차 메이커의 일반적인 매출원가비율은 80% 안팎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현대자동차의 이 비율은 83.7%, 기아자동차는 82.1% 수준이다.

지난 2017년 81.6% 수준에서 지난해 84.5%까지 치솟았다 다시 줄었다. 같은 형태의 기아차 역시 지난해 84.6%에서 올해 82%대로 내려왔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전체 차 금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87.8%에 달한다.

지난해 군산공장을 폐쇄했던 한국지엠의 경우 매출원가 비율이 92%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익의 대부분을 미국 본사로 옮기는 이른바 '높은 이전가격' 논란이 불거지면서 비난에 빠지기도 했다. 미국에서 들여오는 부품 값을 비싸게 책정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한때 완성차 브랜드들은 신차 출시 때마다 개발기간과 개발비용이 홍보문구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높은 완성도에도 개발비용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플랫폼 공유에 따른 개발비용 절감 때문이다. 

지난 1999년 기아산업을 인수한 현대차가 가장 먼저 추진했던 게 플랫폼 공유다. 이 방식을 통해 등장한 첫 번째 모델이 현대차 EF쏘나타와 플랫폼을 공유한 기아차 중형세단 옵티마였다. 

엔진과 변속기는 물론 주요 부품 대부분을 공유했고 실내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제품도 함께 썼다. 

'플랫폼 공유'는 또 다시 '플랫폼 통합'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비슷비슷한 차들이 하나의 플랫폼을 공유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든 차를 만드는 '통합'의 단계가 됐다. 현대차그룹 역시 2025년까지 전체 플랫폼을 4가지로 압축한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이미 MQB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차량에 여러 부품들을 공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로배치 엔진과 전륜구동 모델을 위한 플랫폼을 하나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다른 차를 추가로 개발할 수 있도록 애초부터 밑그림을 그렸다. 

엔진과 구동계를 고정된 '유니폼 파츠'로 부르고 나머지 차 길이와 너비는 마음껏 바꿀 수 있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현대차 신형 쏘나타, 기아차 K5, 기아차 K7프리미어, 현대차 그랜저IG /사진=미디어펜DB


이런 모습은 디자인에서도 볼 수 있다. 개발 단계에서 플랫폼을 공유했다면 디자인 과정에서도 원가절감 전략이 반영된다. 바로 '디지털 디자인'이다.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생산 비용도 크게 절감됐다. 애초부터 디자인 변형 범위를 미리 설정하고 이 울타리 안에서만 디자인을 바꾸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공장의 설비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이전의 생산 시설을 대부분 이용하면서도 신차를 뽑아낼 수 있다. 자연스레 공장 설비개선 비용이 줄어들면서 개발비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개발비와 원가를 낮추기 위한 전략은 곳곳에 마련돼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한 전략은 개발과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생산과 물류, 유통까지 이어진다.

완성차 회사는 이익을 남기기 위해 매년 하반기에 이른바 비용절감(CR)에 나서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부품주문을 한 곳에 몰아주는 것도 비용절감의 방법이다.

완성차 메이커에서는 같은 부품이라도 여러 곳에 발주한다. 특정 부품사가 재난과 화재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납품중단에 빠졌을 경우를 대비하는 방법이다. 반면 최근 등장한 기아차 셀토스는 신차용 타이어 전량을 금호타이어에서 공급받는다. 

이를 통해 납품단가를 낮추는 데 큰 기어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 전반에서 진행되는 원가절감효과로 고객들이 다양한 신차를 빠르게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원가절감을 통해 기업들이 이윤만을 챙기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