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부장관회담 “북 CVID 전 안보리 제재 단호히 집행”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9일 청와대 본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을 접견하고 전작권의 원만한 전환, 북미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퍼 장관의 방한이 예고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미국은 한국과 방위비분담금 지급 규모를 늘리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말하면서 한미 간 방위비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이날 오전 국방부 청사를 찾았을 때에도 공개적으로 방위비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에스퍼 장관이 이날 오전 11시부터 회담을 진행했고, 업무오찬도 함께한 만큼 방위비 문제는 이 자리에서 비공개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의 면담은 30분가량 이어졌다. 먼저 문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의 취임을 축하하며 “한미동맹이 점점 공고해지고 있는 만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에스퍼 장관은 “취임한 지 12일이 됐다. 첫 번째 해외순방으로 인도‧태평양지역을 정한 이유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번영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은 역사적 감동적 사건으로 양국간 대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여지를 만들어줬다.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해왔다”고 했으며, 에스퍼 장관은 삼촌의 한국전 참전 스토리를 언급하며 “공동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미관계가 앞으로 더욱 발전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두 사람은 조건을 기초로 한 전작권 전환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점검‧보완에 공감했다고 고 대변인이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미국측에서 에스퍼 국방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 미군사령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 차관보, 펜톤 국방장관 선임군사보좌관, 한국측에서 정경두 국방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안보실1차장, 고민정 대변인이 배석했다./청와대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에스퍼 장관은 문 대통령 앞에서 방위비 문제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지소미아 문제는 잘 해결돼야 한다는 정도로 두 사람의 공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에스퍼 장관은 정경두 국방부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도 방위비 분담금이나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참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에 대해 직접 언급은 없었다.

에스퍼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미 양국은 전쟁 속에서 형성된 유대 관계를 갖고 있고, 평화로운 한반도와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다"고 밝히고, 이어 ”역내 우방국들과 함께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참여하기 전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단호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관련 사안들에 대한 긴밀하고 지속적인 협조와 외교가 진행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면서 우리를 지키기 위한 한미 연합군의 대비 태세를 보장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고자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모든 약속들에 대한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접촉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오늘 한미동맹이 '철통'(Iron clad) 같다는 것을 재확인한다. 한미동맹은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linch pin)'”이라며, 한미 연합사령부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 사령관으로부터 한국군 사령관에게 넘기는 전작권 전환을 언급하며 “동맹으로서 갖는 신뢰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자 그 어떤 상대도 필적할 수 없는 전략적 이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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