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핵무장 토론회서 "한미 신뢰관계 무너져"
"미국이 우리에게 핵 보장 정책 쓰겠나" 우려도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이 ‘핵무장론’ 공론화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이번 주 국회에서 한국당 측 주최로 열리는 정책토론회만 두 건이다. 한국당이 핵무장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기류 변화와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무대응’ 기조로 일관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당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와 ‘북핵문제해결을 위한 한국당 의원 모임’ 주최로 ‘한국형 핵전략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북핵특위 위원장인 원유철 의원은 “그간 당에서는 북핵·미사일에 맞서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 핵잠수함 상시배치, 자체 핵무장 등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실정에 맞는 한국형 핵전략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책임론도 제기했다. 원 의원은 “북한의 무력도발을 가장 강력하게 억제하던 한미동맹은 김정은 정권의 요구대로 한미연합훈련마저 축소하고, 명칭을 변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훈련 무용론이라는 김정은의 주장에 동조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형 핵전략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원유철·백승주 의원 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원유철 의원 페이스북


토론자로 나선 패널들로부터도 비슷한 발언이 나왔다. 당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인 전옥현 전 국가정보원 차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다. 미국이 좋은 무기를 본토에 가지고 있다고 한들, 전술핵이든 핵우산이든 실행에 옮겨질 신뢰 관계가 쌓여야 하는데,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며 “신뢰의 위기는 한국정부가 제공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앞장서서 신뢰를 깨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전 차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한 미국이 우리에게 약속한 핵 보장 정책을 쓰겠나. 절대 안 쓴다고 본다”며 “미국은 정책적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쓰고 있다. (자국) 이익에 반하면 동맹이라도 약속을 안 지키겠다는 것으로, ‘신(新)고립주의’를 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미동맹을 강조해 온 보수 진영에서 미국 현직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근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빚어진 상황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를 교환하며 북미 실무협상을 이어가려는 모습이나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두고 ‘단거리 미사일은 문제가 안 된다’고 발언한 점 등이 핵무장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관측이다.

당 지도부 역시 미국을 향한 우려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폐기해서 자국의 안보를 챙기고, 이를 대가로 북한이 핵을 용인받는다면 국민 모두가 북한의 핵 인질·핵 노예가 되는 것 아니겠나”라며 “결국 남북관계도·한미관계도·미북관계도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황 대표는 최고위 직후 “(핵무장론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당내 관련 상임위원회와 전문가 검토를 통해 당의 입장을 정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