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12일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미국에 중재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한일 갈등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달 12일 3박4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다. 당시 김 차장의 방미를 두고 미국의 중재를 설득하려는 행보라는 분석들이 많았지만 이날 이를 부정한 것이다.

김 차장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한 중재를 요청하러 미국에 갔다는 식으로 국내 언론에는 보도가 됐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됐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제가 미국에 가서 중재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연합뉴스


그는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면 청구서가 날아오고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 뻔한데, 제가 왜 중재를 요청하겠는가”라며 “제가 (미국에)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 그것(중재)을 요청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을 방문한 목적 가운데 첫번째는 내(한국) 입장을 객관적인 차원에서 설명하는 것이었다”며 “우리나라에는 삼권분립이라는 게 있고, 대법원 판례가 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뒤집는 게 아니다. 우린 이것을 존중한다(고 미국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차장은 “(일본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선 아직도 (개인) 청구권이 남아있다는 것을 대법원 판례에서 확인한 것뿐이라는 것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대표적 불평등 조약으로 평가받는 1882년 미국과 체결했던 조미수호통상조약의 체결 사례도 이번에 중재 요청을 하지 않았던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조미수호통상조약에는 일본과 조선이 문제가 있으면 미국이 조정을 해주겠다는 ‘거중조정’의 문구가 명시돼 있었다”며 “하지만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조선이 나라 구실을 한다는 전제 아래 이 조약을 맺었고, 조선이 약하기 때문에 미국이 조정을 안 해도 된다’면서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구한말 당시 미국에 중재 요청을 했었지만 결국 미국은 일본의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일본은 미국에 대한 필리핀 지배권을 확인하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서로에 대한 식민통치권을 눈감아 줬을 뿐 결과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김 차장은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냉철한 국제사회 분위기 속에서 중재를 섣불리 요청했다가는 과거 근현대사의 아픔을 반복할 수 없으며, 따라서 미국에 중재를 요청할 이유가 처음부터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중재라는 것은 둘 중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미국으로부터) 청구서도 들어올 것이고, 과거에 우리가 중재 요청한 다음에 거절당해서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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