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노재팬 강풍에 일본계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움추러들었지만 금융업계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날개 돋힌듯 팔리는 고금리 특판과 변동 없는 고객 수, 양호한 여·수신 영업을 배경으로 올해 상반기에도 홈런을 친 실적이 향후에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사진=미디어펜


13일 일본 투자회사인 SBI홀딩스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자회사인 SBI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0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130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전년 이익의 83.1%를 벌어들였다. 국내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SBI홀딩스가 지분 84.27%를 소유하고 있는 일본계 저축은행이다. 

일본계 금융사인 J트러스트그룹이 지분 100%를 소유한 JT친애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의 실적도 선방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J트러스트그룹이 매달 발표하는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JT친애저축은행의 누적 대출금은 1조9970억원으로 지난 1월(1조9580억원)에 비해 약 2% 성장했다. JT저축은행의 6월 말 기준 대출금 잔액도 1조890억원을 기록해 1월(1조687억원)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또 다른 계열사인 JT캐피탈을 포함한 전체 대출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3조6956억원으로 파악됐다.

일본계 금융사들이 반일 불매운동의 뭇매를 맞아 큰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업계 분위기는 실적을 선방하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엔 저금리 기조에 저축은행의 고금리 특판을 찾아 헤매는 고객들의 발길이 있다.   

실제 최근 SBI저축은행이 진행한 선착순 5000명 연 10% 적금 가입 이벤트엔 수만명이 몰렸고, 2시간20여분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여기에 시중은행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자 일본계 저축은행으로 쏠리는 대출자들도 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들 4개 업체의 총 대출 잔액 규모는 올해 3월 말 기준 11조4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저축은행 대출 잔액(59조5986억원)의 18.5%나 차지한다. 특히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대출 잔액은 6조3728억원에 육박한다. JT친애(1조8437억원)와 OSB(1조8071억원)도 잔액 기준 8, 9위를 차지했다. 

실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반일 불매 운동이 시작된 이후 여·수신 잔액 등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업의 특성상 상품 가입 기간이 길고, 고객이 손해를 떠안으며 예금을 해지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불매운동이 언제든 금융부문으로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의 특성상 단기간에 불매운동 영향권에 들긴 힘들다”며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향후 일본계 금융사를 거부하는 행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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