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수차례의 임금협상을 진행해오고 있으나 통상임금의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법원이 특정 기간 중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해야만 상여금을 지급했다면 이는 고정적 임금이라고 볼 수 없고,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 뉴시스 자료사진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0일 성남버스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성남버스는 승무원들 중 해당 월에 13일 이상을 승무한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6개월 초과 근무했을 경우 매달 상여금 33만원을 지급했다. 또 1년 이상 계속 근무했을 경우 1년당 1만원씩을 가산한 근속수당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상여금과 근속수당은 그 지급여부가 실제 근무성적에 따라 좌우돼 고정적 임금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내린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 지급되는 임금은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 비로소 지급되기 때문에 고정성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이를 재확인한 것이다.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해서는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갖춘 소정 근로의 대가라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하지만 현대차의 정기상여금은 고정성 측면에서 부족하다. 고정적인 임금이란 소정의 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을 말한다.

이번 판결에 따라 현대자동차 노사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자동차 노조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상여금이 15일 이상 근무한 자에 대해서만 지급하고 있어 '고정성' 요건이 결여돼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근로자들은 지난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 판결은 올해 말쯤 나올 전망이여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지 않으면 지급하지 않는 상여금은 고정성이 결여돼 있어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으로, 현재 현대차 노조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현대차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며 임금협상과 분리해 별도 논의체에서 중장기적 과제로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르노삼성과 STX조선, 대우조선해양 등 일부 대기업이 임금협상에서 논의를 포기하고 별도 논의체를 구성해 협의해 가기로 결정한 것은 대표적인 통상임금 해법 찾기 사례라 평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현대차는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25일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윤갑한 사장 명의 담화문을 통해 "통상임금 문제로 노사가 끝없는 평행선만 달릴 수 없다"며 "현실적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향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