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물림 사고 빈번히 일어나는 것, 모든 책임은 개 아닌 견주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멍청하고 나쁜 개 주인이 있을 뿐"
   
▲ 이석원 객원 칼럼니스트
최근 한국에서 개물림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 연예인의 개에게 물린 사람이 사망하면서 개에게 물린 것 때문이냐는 논란이 인 적도 있다. 물론 개에게 물린 것 때문에 사망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났지만.

그 외에도 어린 아이가 집에서 키우는 개에게 물려서 사망하거나 큰 부상을 입는 일도 생기고, 또 지방에서는 줄이 풀린 맹견에게 물려서 사망하는 노인들의 사건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맹견을 소홀히 관리한 견주의 책임론도 거론되지만, 개 자체의 혐오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을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미 1000만 명 시대를 넘어선, 반려동물 강국의 반열에 들어선 한국이 거꾸로 반려동물 혐오국으로 급속히 이동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한국의 이 같은 상황을 보고 스웨덴의 한 반려동물 전문가는 "일부 견주들의 몰이해와 정서 미달이 빚어낸 촌극"이라고 비판한다. 

유럽 반려동물 권익단체에서 15년 째 활동하고 있는 피터 브롬크비스트 씨는 한국에서 '개 물림' 사고가 빈번이 일어나고, 그로 인한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는 한국 내 보도를 보고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단적으로 얘기한다. 그는 "제도나 법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스웨덴에는 오히려 한국보다 법이 강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식의 사고를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복지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은 반려동물, 특히 개와 고양이의 복지 천국이기도 하다. 워낙 개와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유럽에서도 스웨덴은 독일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동물 복지 국가로 유명하다.

   
▲ 매년 9월 가톨릭 스톡홀름 대교구가 반려견과 반려묘를 비롯한 동물들에게 축복을 주는 미사를 진행한다. /사진=이석원

스웨덴의 동물 복지는 거의 인간과 같은 선에 있다. 스웨덴에서 반려동문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농업국(Jordbruksverket)은 동물 복지와 관련한 여러 가지 규정을 두고 있다. 

개에게 충분하고 적절한 영양 공급의 의무를 견주에게 지운다. 개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의 상세한 규정들도 있다. 쾌적하고 위생적이어야 한다. 특히 대형견은 개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의 넓이까지 상세히 규정한다. 

또 개가 하루에 야외에서 활동해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이나 개가 목줄 등에 묶여 자유롭지 못한 최대 시간 규정도 있다. 또 실내에서는 목줄을 묶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심지어는 개를 목욕시키기 위해 행동을 부자연스럽게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의 자세한 안내도 있다. 

어린 강아지가 어미의 곁에서 강제로 떼어지는 것도 법으로 금지한다. 생후 8주 안에 어미에게서 떨어뜨리는 것은 금지돼 있고, 6개월 이내에는 어미에게서 떼어놓지 말 것을 권고한다. 또 출산한 암컷의 경우 어미와 새끼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반드시 확보해줘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그런데 이런 동물 복지에는 견주 등 동물 소유자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책임과 의무를 규정한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개와 다른 사람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즉 자기가 아무리 예쁘다고 생각하는 개도 다른 사람에게는 위협이나 불편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당신의 개가 다른 동물이나 인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소양이다.

   
▲ 스웨덴에서는 지하철이나 시내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에 개를 데리고 탈 수 있다. 물론 지하철의 경우 개를 동반할 수 없는 칸이 지정돼 있고, 시내버스의 경우 뒤쪽 자기에는 개를 데리고 가면 안된다는 표시가 돼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스웨덴 사람들은 개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사진=이석원

스웨덴의 모든 개들은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문신이나 마이크로 칩으로 그 개의 모든 정보 추적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물론 이는 공인된 수의사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서 등록된 개의 복지 문제와 함께 책임의 문제도 관리한다. 등록되지 않은 개는 불법 체류자와 마찬가지의 관리를 받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법과 처벌 보다 견주의 소양과 타인에 대한 배려다. 목줄이나 입마개 규정도 지역이나 도시마다 조금 씩 다르다. 철저히 규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자율에 맡기는 곳이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도 결국 자율이 강력한 힘을 가진다. 

물론 지역에 따라 개가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가했을 경우 견주를 처벌하기도 하고, 경찰에게 위험한 개에 대해 즉시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는 했지만 시행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스웨덴 가톨릭에서는 매년 9월에 개를 비롯한 반려동물과 가축들에게 축복을 주는 특별한 미사를 한다. 이 날은 북유럽 유일의 추기경인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 추기경이 직접 동물들에게 축복을 준다. 가정에서 키우는 애완 동문 뿐 아니라 가축도 해당된다. 모든 동물을 인간과 같은 신의 피조물로 보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 반려견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에바 뷕스트룀 씨는 "동물을 그들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세계에서 살게 했으면 그들을 돌봐야하는 의무가 있는데, 이는 소유하고 대리만족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며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멍청하고 나쁜 '개 주인'이 있을 뿐이다"고 말하고 있다./이석원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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