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통같은 언론계, 법조계, 정치계가 지겹다

취재수첩

똥통에 빠진 언론의 양심이다. 양심의 단어는 있는데, 양심의 심장이 어디에 꿈틀거리기라도 하는 지... PD수첩의 검찰 스폰서 사건은 대형 스캔들 사건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그 인원들은 깨끗할까

서울변협회장을 역임했다는 모 변호사도 동참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구설수는 변호사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돈만 밝히고, 착수금과 성공보수비가 높은 사건만 맡는, 사업의 정의는 찾아보기 힘들고, 나약한 시민들의 편에서 진실을 외치기 보다는 자신의 이권에 목소리가 높은, 그러한 욕심많은 변호사의 대명사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러한 인물이 검찰과 스폰서 사건의 진상규명위원회에 들어갔다고 하니, 이 나라 사법의 현주소가 똥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기억난다. 내가 잘 아는 지인의 소송건 때문에 변호사를 의뢰할려고, 기자명함을 내밀었더니, 그 변호사는 착수금을 3천만원을 불렀다. 그러면서 내 눈치를 보는 것이다. 나를 따로 만나자고 해서, 따로 만났더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내가 물었다. “왜 그렇게 비쌉니까 비싼 이유가 있습니까 구구단 문제처럼 간단한 문제인데 무슨 실력을 요하는 문제도 아니고, 비싼 이유나 압시다”라고.

그 변호사는 그래도 양심이 있는 인물이었다. 내가 기자라서 브로커 비용 1천만원을 해줘야하니까 그렇게 불렀다는 것이다. 또 중간에 소개한 사무장의 1천만원을 포함해, 3천만원으로 착수금이 부풀려졌던 것이다. 내가 내 지인을 향한 양심까지 팔아가면서, 1천만원을 요구하는 똥통에 빠졌다는 그 사실에 참으로 부끄럽고, 부끄러웠다. 이 나라 사법부의 현주소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는 실상이다.

어떤 사무장은 “의뢰인들이 성공보수비를 약속하고,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 “변호사들이 착수금을 받고, 약속한 데로 지키는 양심있고, 신실하고, 성실한 인물이 어디에 있기라도 하는가 사법의 정의를 사수하겠다는 그러한 양심은 똥통에 빠져서, 똥냄새가 진실인양, 그것이 양심인양 착각하고 사는 것이 가관이다. 다 썩었다. 언론계도 마찬가지다. 광고 주고, 돈 주고, 이권이 개입하면 ‘거짓’이 ‘사실’이 될 수 있는 이 타락한 시대가 지긋지긋하다”고 외쳤다.

돈봉투가 나오면, 글이 나오는 세상이다. 돈봉투가 똥봉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진실한 언론은 없고, 정의로운 판사도 없으며, 양심적 변호사도 결코 없는 시대다.

나에게 양심고백을 했던 변호사가 말했다. “요즘 기자들이 사건을 소개해주면서, 소개비 명목으로 많게는 1천만원, 적게는 몇백을 요구하기 때문에 착수금을 높게 불렀던 것이다. 착수금을 적게 부르면, 오히려 기자들에게 욕을 얻어먹고, 사건도 안 가져온다”고 했다. 진실을 사수하라고 붙여준 기자가 돈의 이권에 찰싹 붙어서 똥파리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이 나라 언론계의 현주소인 것이다. 더 말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나는 양심고백한다. 언론의 진실은 솔직히 어디에도 없다. 있을 수가 없다. 월급받아 먹고, 나아가 이권에 개입하고, 맛있는 점심식사가 주어지고, 가끔 돈봉투가 오기도 하고, 그렇게 무난하게 지나가는 것이 이 나라 기자들의 관행이고, 어디에서 ‘기자’라는 명함을 내미는 것은 ‘돈봉투’를 주면, 홍보성 글을 써줄 수 있다는 그러한 암묵적 표시라는 것을. 기자는 사기꾼이다. 변호사도 사기꾼이다. 판사도 예외가 아니다.



다 썩었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가장 고등 사기꾼은 국회의원이다. 단 한명의 양심적 판사가 없고, 단 한명의 진실된 언론인이 없는 이 타락한 시대에, 아 나도 똥냄새가 나 힘겹다. 오랫동안 맡다보니, 후각이 무식해서 똥냄새가 안날 뿐, 똥이 내 정신에, 양심에, 영혼에 덕지덕지 붙어있어, 아 괴로운 언론생활이다. 떠나고 싶다. 그래도 사명감으로 언제까지 펜을 잡고 있어야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