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값, 40% 급락…제품가격 인상 명분 약해져
후판·철근 가격 놓고 조선·건설업계와 협상 제동
   
▲ 국제 철광석 가격은 지난 16일 기준 연중 최고점인 125.77달러 대비 40% 하락한 89.57달러를 기록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톤당 100달러를 치솟던 국제 철광석 가격이 이달 들어 90달러대로 하락하면서 올해 하반기 철강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해 온 철강업계에 초조함이 감돈다. 

철강업체들은 그간 철강 제품의 원료인 철광석 가격 인상분을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해 원가부담에 따른 실적 부진을 이어왔다. 철강업계는 하반기 조선 등 전방산업과의 공급 물량 및 가격 협상에서 단가 인상 의지를 피력할 예정이었으나 인상 근거 명분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중국 수입 철광석(CFR, 운임포함인도) 가격은 지난 16일 기준 톤당 89.5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달 2일 연중 최고점인 125.77달러를 기록한 이후 6주 만에 40% 떨어졌다.  

공급과 수요 모두 이같은 철광석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먼저 공급은 브라질 철광석 수출 재개로 늘고 있다. 지난 1월 광산댐 붕괴로 생산능력의 10%에 해당하는 광산 조업을 중단했던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Vale)가 지난 달부터 생산복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달 발레는 전월 대비 16.6% 증가한 3430만톤의 철광석을 생산했다. 반면 수요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주춤했다. 미국이 내달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로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철강재 수요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 약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피치솔루션은 “철광석 가격 하락세는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 이어지며 평균 80달러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철용 원료탄 가격 역시 하락세다. 원료탄은 철강 생산을 위한 연료 중 하나로 철광석을 녹이는 열원 역할을 한다. 올 2분기 원료탄 평균 가격은 톤당 203달러를 나타냈으나 16일 기준 톤당 155.14달러로 연초 대비 26% 감소했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 부담이 줄어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철강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이 약해진다는 점에서 부정적 영향에 무게감을 싣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원자재 가격이 지속 유지된다면 철강사의 마진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원자재 가격과 제품 가격이 같이 가는 경향이 있어 실제 철강사들의 수익성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을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해 고스란히 실적에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는 상반기 철광석, 석탄 등 제선원료를 구매하는 데 3조6220억원을 썼다. 현대제철은 철광석, 석탄 구매에 1조9392억원을 사용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1%, 33.5% 하락한 영업이익을 냈다.

이들은 실적발표 당시 원재료 가격 상승에도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한 점을 강조하며 하반기 주요 고객사에 원자재 가격 상승을 근거로 자동차 강판, 선박용 후판 등의 가격 인상을 요구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 가격 인상 요인이 이전보다 약해지는 데다 반대로 고객사로부터 제품 가격 동결 압박이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철강과 조선업계 간 하반기 후판 공급물량 및 가격을 결정하는 협상은 이달부터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제품가격 인상에 따른 실적회복 기대감에 찬물이 끼얹져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후판의 경우 조선업계는 하반기부터 계절적 비수기로 진입하는 데다 철강업계의 실적 부진을 부추겼던 원자재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동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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