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큰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에 각각 1조원 넘는 투자액을 투입했고, 지난 1분기말 기준 해외주식 투자액은 133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국내주식에 대한 이른바 ‘책임투자’에는 소홀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특히 미국 IT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돋보인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에 약 1조 776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 사진=연합뉴스


애플과 아마존 주식에도 각각 1조 3712억원, 1조 3675억원을 투자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C형 주식과 텐센트 주식도 각각 9705억원, 8330억원 투자해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보유 상위 5개 기업이 전부 IT 관련주였다.

그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분야는 헬스케어주였다. 존슨앤드존슨(7942억원)과 화이자(7771억원), 유나이티드헬스(6804억원) 주식에도 상당히 큰 금액을 투자했다. 이로써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포트폴리오 중 56.82%는 미국 등 북미 증시에서 보유했다. 유럽과 아시아퍼시픽 지역 주식도 각각 21.77%, 10.89%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주식에는 6.58% 투자해 포트폴리오 중 4위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액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56조 6000억원 수준이던  해외주식 포트폴리오는 2017년에 접어들면 무려 108조 3000억원 수준으로 폭증한다. 3년 만에 2배 가까이 투자액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는 133조 4000억원까지 투자액이 증가했다.

앞으로 2024년까지 국민연금은 미리 발표한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라 해외자산 비중을 5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계획은 주로 해외주식 투자를 통해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해외주식은 국내 채권(30%)과 더불어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이 이른바 사회책임투자(SRI)에는 소홀하다는 비판론도 나온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비롯해 환경, 사회, 윤리경영, 지배구조 등을 고려해 투자하는 이른바 ‘책임투자 문화’ 정착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민연금 책임투자 현황 공시를 보면 작년 말 기준 책임투자형 펀드는 총 4조5788억원 수준으로 2017년 말 6조 8775억원과 비교하면 2조 2990억원(33.42%)이나 급감했다. 특히 2017년의 경우 코스피 지수가 2467.49까지 오르며 21.76%의 상승률을 보였음에도 책임투자 비중은 오히려 감소한 모습이다.

더 나아가 국민연금은 술, 담배, 도박 등과 관련된 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자초하는 형국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체인 GKL의 국민연금 지분은 11.59%나 된다. 내국인 전용 카지노업체인 강원랜드 지분도 6.88% 들고 있다. 이밖에 대표적인 담배 주식인 KT&G(9.99%),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5.06%) 등을 작년에 새로 매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술, 담배, 도박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막는 조항은 없다”면서도 “스튜어드십코드 등 국내 대기업들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국민연금이 정작 해외주식과 카지노 투자 비중을 늘리는 모습을 이율배반적이라고 느끼는 국민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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