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껍질 의혹과 논란 국민 뒤통수…총체적 비리 종합세트 역대급
'조국스럽다'. 이 말은 곧 유행어가 될 듯하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나 조앙남폴(조국이 하면 앙가주망 남이 하면 폴리페서)은 스스로 자리를 내 줄 판이다. '조국스럽다'. 이 한마디가 끝판왕을 뜻하기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은 물론 전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연일 포털 검색어에는 조 후보자 관련 검색어들이 순위를 다투고 있다. 청문회 도입 이후 장관 후보자 한 명을 놓고 이렇게 시끌벅적한 적은 없었다. 한 껍질 벗기면 의혹이요, 한 껍질 벗기면 논란이다. 양파껍질이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사건 연류 의혹, 조국 후보자 동생의 위장이혼과 채무변제 회피 의혹, 부친의 웅동학원에 대한 동생의 양수금 소송 채무변제용 의혹, 위장전입과 종합소득세 지각 납부 논란, 사모펀드74억 투자약정 논란, 조 후보자 부인의 부동산 위장매매 의혹, 딸 황제장학금 논란까지 ….

지금껏 인사청문회에 등장하지 않았던 희한한 의혹들이 쌓이고 있다. 조 후보자의 부인과 자녀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한 투자전문회사의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전 재산보다 많은 74억여원을 출자하기로 약정했다. 투자사의 대표도 친척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들에 대한 편법증여 의혹이 나오고 있다. 

   
▲ 신임 법무부 장관직에 내정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조 후보자 딸은 부산의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중이다. 성적부진으로 두 차례나 유급됐다. 하지만 6학기 연속 매 학기마다 200만원씩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조 후보자 재산은 신고 금액 기준으로 56억 원이다. 경제적 상황이 장학금 혜택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은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또 있다. 조 후보자 딸은 외국어고를 다녔다. 당시 2주간 인턴으로 일한 한 대학의 교수 박사과정 논문 발표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논문은 조 후보자 딸이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데 이용됐다. 도덕적 비난은 차치하고 피해자가 존재하는 엄연한 입시 비리다.  

조 후보자의 부친과 동생 부부에 얽힌 '수상한 소송'도 논란이다. 조 후보자 부친은 건설업으로 돈을 벌어 1985년경 사학재단인 웅동학원을 인수했다. 부친은 2013년 사망하면서 단돈 21원의 재산과 49억 원의 부채를 남겼다. 가족들은 한정승인을 신청해 빚 갚을 의무를 벗었다. 조 후보자의 신고 재산액은 56억 원이다.

웅동학원을 놓고 가족들이 벌인 소송도 기상천외다. 조 후보자 부친과 동생이 함께 운영에 참여한 건설 회사는 학원측으로부터 16억원대 공사를 수주했다. 1997년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부도가 났다. 건설 회사의 대출금 9억여 원은 보증을 섰던 기술보증기금이 전액 상환했다.

이후 조 후보자의 동생과 아내는 학원으로부터 공사비와 지연이자 51억 원을 받기 위한 청구소송을 냈다. 조 후보자의 동생은 2006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부친 소유의 사학재단을 상대로 자신이 갖고 있던 채권을 2009년 이혼한 전처측에 넘겼다.

학원 측이 변론에 나서지 않는 바람에 재판부는 대금을 주라고 판결했다. 가족들이 운영했던 건설 회사와 학원이 각각 원고와 피고가 됐다. 빚을 떠안은 조 후보자 동생이 채권 추심을 피하기 위해 아내와 위장 이혼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조 후보자는 당시 학교 재단의 이사였다.

조 후보자 아내는 2014년 자신 소유 부산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으로 인근 빌라를 구입하면서 소유자 명의를 이혼했다는 전 동서 이름으로 했다. 조 후보자 아내는 2017년 부산 아파트도 전 동서에게 팔았다. 10년 전쯤 이혼했다는 조 후보자 동생 부부는 최근까지 자녀와 함께 살았다는 목격담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조 후보자 동생의 전처는 호소문을 냈다. 남편의 '경제 무능력' 등으로 이혼하게 됐고 시댁의 배려로 빌라를 증여받았다고 밝혔다. 그간의 가정사를 공개하며 '위장이혼'도 '위장매매'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가정이라면 이해하기도 이해할 수도 없다.

위장전입 의혹도 있다. 조 후보자는 1996년 9월 서울 송파구 아파트에서 경남 진해로 주소를 옮겼다. 부친 소유의 중학교 교사였다. 미국 유학중이던 시기였다. 1999년 울산대 교수 시절엔 딸과 함께 서울 송파구 아파트로 주소를 옮겼다. 딸의 학교 배정을 위한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은 물론 전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청문회 도입 이후 장관 후보자 한 명을 놓고 이렇게 시끌벅적한 적은 없었다. 한 껍질 벗기면 의혹이요, 한 껍질 벗기면 논란이다. 양파껍질이다. /사진=연합뉴스

조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장관 후보자들의 위장 전입을 두고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판다는 기고를 한 바 있다. 그가 민정수석일 때 2005년 이후 2회 이상 위장 전입한 사람은 공직 후보자에서 배제하는 원칙이 만들어졌다. 본인을 위한 본인의 셀프검증이란 말이 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 특혜 사실이 드러나면서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당시 정씨는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을 썼다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것이 박근혜 정권의 철학이었다"며 맹렬히 공격한 대표적인 사람 중 하나가 조 후보자다.

민정수석 시절 잇단 인사 실패에도 조국 후보자는 자리를 지켰다. 한·일 갈등이 불거지자 '죽창가'를 불렀다. 정부와 대치적인 입장을 보이면 가차없이 친일파로 몰아 붙였다. 정치라기보다는 선동에 가까웠다. 그림자 보좌라는 민정수석 본연의 임무를 헌신짝 버리듯 했다. 

자칭 촛불정권이라 칭하는 문재인 정부는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달고 살았다. '적폐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과거의 과거까지 심판자 역할을 자임했다.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외쳤다. 지금 국민들은 분노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이중적 놀음에 놀아난 몹쓸 기분이다.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에서 사실상 법무장관으로 직행한다. 법무부 장관은 그 어떤 자리보다 엄격하고 도덕성이 요구된다. 조 후보자가 국민의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 남에겐 한없이 엄격하면서 자신에게는 무한 관대다. 남들을 향해 내뱉었던 모든 말과 보여줬던 행동은 내로남불로는 설명이 안 된다.

본인과 부인, 부친과 동생, 동생의 전 부인, 딸의 논문 등재와 황제 장학금. 역대급이다. '조국 가족 게이트'라 불릴 만하다. 성역없는 수사가 필요하다. 적폐청산의 칼은 과거만이 아니라 현 권력에 더 추상같아야 한다. 나라를 온통 뒤흔드는 이 정도의 스캔들이라면 인사청문회는 할 필요조차 없다. 스스로 모든 의혹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심판이든 법의 심판이든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만이 조국을 위해 조국이 택할 길이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