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진 객원 논설위원
이른바 '보수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빅 텐트'나 '반문연대'라는 이름이 될 수도 있겠고 또 후보경선이라는 룰이 될 수도 있겠다. 골자는 대략 비슷하다. 어쨌든 문재인 정권에 맞서는 야권 선거 연대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부터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모두 힘을 합치자는 제안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하지만 그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한 토론회에서 벌써부터 잡음이 불거져 나왔다. '천년의 저주'라는 말이 나왔다. 지금부터 천 년이면 3019년까지다. 태조 왕건이 고려를 창건한 때가 936년이니, 그때 저주가 든 사람이면 최근 들어서야 가까스로 그 저주에서 풀릴 정도니 참으로 기나긴 저주에 해당된다. 한마디로 증오와 혐오가 가득 섞인 '통합 거부 선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합이 분열보다 낫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힙을 합치는 쪽이, 힘을 나누는 쪽에 비해 이길 가능성이 큰 것은 상식이다. 문제는 어떻게 통합하고, 어떻게 힘을 합치느냐, 그 방법론이다. 거기서 여전히 보수우파계는 동상이몽을 하는 듯하다. 그 동상이몽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 20일 한 토론회에서 표면화됐다. 그래서 우리는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보수통합을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말이다. 

바로 '탄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정당했는지, 문제는 없었는지, 과연 보수우파가 어느 정도까지 수용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시작하면 보수통합은 요원하다. 오해는 말자. 탄핵 이슈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이기에 쉽게 매듭지을 수 있는 논의가 아니라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억울한 부분이 없다고 단정 짓기도 참 어렵다. 당시 언론과 정치권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인신공격은 탄핵의 절차적 정당성을 상당 부분 훼손했다. 되짚어야 할 사실관계가 너무나도 방대한 역사적 사건이다. 

   
▲ 보수통합은 신속한 과제다. 탄핵의 진실 규명과 역사적 판단은 장기적 과제다. 장기적 과제에 단기적 과제가 방해 받아서는 안 된다. '작은 차이'는 보듬고 가자는 주장보다는 더 정확하게 '어려운 문제'는 잠시 덮고 가자는 솔직한 제안이 낫다.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보수통합은 신속한 과제다. 탄핵의 진실 규명과 역사적 판단은 장기적 과제다. 장기적 과제에 단기적 과제가 방해 받아서는 안 된다. '작은 차이'는 보듬고 가자는 주장보다는 더 정확하게 '어려운 문제'는 잠시 덮고 가자는 솔직한 제안이 낫다. 

탄핵을 찬성한다고 해서 무조건 '反보수우파'라고 할 수는 없다. 보수우파는 가치관에 따라 결정되는 정체성이다. 작은 정부와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강한 안보와 원칙적 대북정책을 주장하며,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에 대해 반대한다면 그 자체로 보수우파다. 그 보수우파가 힘을 합치자는 이야기다.

어려운 문제를 푸느라 다른 쉬운 문제를 놓치면 점수는 떨어진다. 쉬운 문제부터 빨리 풀고, 어려운 문제는 여유를 갖고 들여다보는 것이 수험생의 필수 전략이다. 보수우파는 내년 총선이라는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시험을 앞두고 있다. 재수의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이 정권에서 나타난 이른바 '보수궤멸'의 예정된 시나리오다. 쉬운 문제부터 풀자. 어려운 문제는 당장 못 풀더라도 괜찮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나온다. 유명한 표현이지만 이 현실에서는 "뭉쳐도 버겁고 흩어지면 없어진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있는 힘을 다 끌어 모아 뭉쳐도 쉽지 않은 좌우의 총력적 대결이다. 그리고 흩어지면 보수우파는 그 뿌리 자체를 상실할 것이다. /윤주진 객원 논설위원
[윤주진]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