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파생결합펀드(DLF)와 파생결합증권(DLS)에 돈을 넣은 투자자 약 3000명이 최대 95%의 원금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홍콩 증시에 연동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돈을 넣은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따라서 커지고 있다. 중국의 무력 진압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거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ELS 투자금까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을 중심으로 DLF‧DLS 원금 손실 사태의 여파가 번지고 있다. DLS란 금리·환율·원자재 등 투자 자산이 투자 기간 정해진 구간을 벗어나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고, 구간을 벗어나면 원금 손실을 보는 구조의 금융 상품을 의미한다. DLF는 이런 DLS에 투자한 펀드를 지칭한다. 

   
▲ 사진=연합뉴스


상대적으로 증시가 호황을 나타냈던 올해 초까지 투자자들은 우리은행·KEB하나은행 등에서 이러한 상품에 다수 가입했다. 최근 금감원 추산에 따르면 독일 국채(10년 만기) 금리 연계형 상품의 판매액은 1266억원, 미국·영국 이자율 스와프 금리 연계형 판매액은 5973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이들 상품의 경우 원금이 손실될 수도 있는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독일 국채 상품의 경우 현재 예상 손실률이 95.1%, 미국·영국 이자율 스와프 금리 연계형의 경우 예상 손실률이 56.2%에 달하고 있다. 1억원을 납입했을 경우 최대 9500만원을 손해볼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심지어 일부 투자자들은 해당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고지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이 얼마나 소명되느냐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책임소재 정도가 규명될 전망이다. 은행을 포함해 투자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금융기관들은 적합성 원칙, 즉 DLS처럼 원금 손실 위험이 큰 파생 상품이 투자자에게 적정하지 않다면 그 위험성을 미리 알려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최근 금감원은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종합검사’에 들어갈 계획을 밝혔다. 이들 기관들이 적합성 원칙을 얼마나 준수했는지에 따라 손실액에 대한 배상 책임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서 DLS 펀드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는 모두 3627명에 이르는데, 이는 전체 DLS 투자자(3654명)의 99% 수준이다. 이 중에서 약 30인의 투자자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홍콩발 새로운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홍콩H지수 연계 ELS의 경우 꽤 오랜 시간 유용한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유럽·일본 등 선진국 지수와 비교하면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수익률도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H지수가 이달 들어 7개월 만에 1만 선 아래로 내려오는 등 약세를 보이자 ELS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높은 변동성’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손실 위험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원금손실까지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홍콩 시위 사태가 중국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이어질 경우 홍콩 경제상황의 안정성도 담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판매된 홍콩 ELS 상품들의 경우 원금손실 가능 구간이 50~60% 정도로 설정돼 H지수가 7500~8000선까지 내려오면 손실을 보게 된다”면서 “당장 H지수가 그렇게까지 내려올 것 같지는 않지만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가지수가 커다란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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