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방한 중인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우리는 북측 카운터파트로부터 소식을 듣는 대로 실무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비건 대표는 최근 자신에게 제기된 협상대표 교체설을 일축하며 “러시아대사직을 맡지 않을 것이며, 북한에 대해 진전을 이루기 위해 계속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한미 북핵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지난 6월 판문점에서 합의된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50분 기자들과 만나 이날 협의 결과를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도훈 본부장은 “비건 대표와 생산적이고 좋은 대화를 나눴다. 실무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중요한 시점에 비건 대표가 시의적절하게 방한했다”며 “우리 둘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대화를 신속히 재개해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2018년 12월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로비에서 워킹그룹 2차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2∼3주 내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달 초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면서 실무협상 재개는 지연돼 왔다.

그런 와중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고, 비건 대표가 실제로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날(20일)에 맞춰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하면서 판문점에서 북측과의 접촉 가능성도 예상됐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북측에서 실무협상 재개 일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도 “현재로선 비건 대표가 북측과 접촉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 20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에서 “기대했던 만큼 빠르게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실무협상 재개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북한은 오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2차 회의를 열 계획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 회의에 참석해 대외정책 정비를 마친 뒤 다음달 초에 북미 실무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미 실무협상이 시작되면 미국 측에서는 비건 대표가, 북한 측에서는 김명길 전 주베트남 대사가 협상 파트너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비건 대표는 이도훈 본부장과 만나 오는 24일 연장 거부 통보 시한을 앞두고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도 언급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비건 대표가 일본을 먼저 방문해 19일 일 외무성의 가나스기 겐지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회담을 통해 한미일 대북 공조 방침을 확인하고, "한미일 간 협력이 굳건하게 지속되고 있는 데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예방하고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한 뒤 22일에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을 만날 예정이다. 이후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해 중국 외교부 당국자들과 회동하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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