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21일 결정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대해 “정부로서는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나라와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게 맞는가 하는 측면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청와대 상황반장을 맡고 있는 김 실장은 이날 오전 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미일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의 안보협력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순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김 실장은 일본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1+1(한일 기업 출연) 기금안이 유일한 해결방안은 아니다”라면서 “한국은 일본과 외교적 대화를 통해 (어떤 안이든) 테이블 위에 다 올려놓고 해결할 자세를 갖고 있다. 이 문제는 일본에 공이 넘어갔다”고 밝혔다.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이 대화의 길로 나오면 기꺼이 손을 잡겠다”고 한 데 이어 대일 유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28일 시행에 들어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대해 “일본이 노리는 것은 특정 품목의 수출제한 조치를 통한 한국의 직접적인 피해뿐만이 아니다. 총 1194개에 이르는 품목에 대해 일본이 수도꼭지를 쥐면서 가져오는 불확실성을 한국경제에 줘서 그로 인한 간접적인 우려를 노리는 게 아베 정부의 속뜻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그런 면에서 이번 수출통제 변화가 가져오는 피해를 너무 불안해하거나 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1194개 전부 수출통제 대상이 아니며, 대부분은 과거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통관될 것이고 다만 앞으로 정부가 얼마나 공급선을 안정화하며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그런 한편, 김 실장은 10월 말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이 이번 한일 경제전쟁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일왕 즉위식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대화와 양해가 이뤄져야 하는데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9월 중 예상되는 일본의 개각, 집권 여당의 직제개편 등이 이뤄지면 양국간 대화의 기회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일 갈등이 최근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현재 상황이 언제 어떤 수순으로 안정화될 것인가 예측하기 어렵고 양국간 전략적 게임 상황에서 지금은 전략적 모호성이 유지되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해서도 김 실장은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요청에 우리가 끌려가는 게 아니라 국익을 위해 우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면 우리의 주도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파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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