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재계약시 자산기준 초과하면 퇴거
소득·자산기준 충족돼도 전세보증금 높아
저소득층 위한 주거 안정, 본래 취지 어긋
   
▲ 사진=SH공사

[미디어펜=손희연 기자]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이 3년 만에 최대 물량을 쏟아낸 가운데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장기전세주택은 청약 시점에 자산 기준이 충족되더라도, 실거주 중 소득이 늘거나 자산 금액이 초과되면 재계약이 불가능해 장기 거주를 할 수 없다.

또한 장기전세주택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임에도 불구하고 5~7억원대를 육박하는 전세가격으로 공급되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장기전세주택의 소득 및 자산기준에서 고가의 전세 보증금으로 들어가서 살기에는 현실적으로 모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H공사는 '제37차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모집'을 통해 서울 110여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단지에서 장기전세주택 1076가구를 공급했다. 이번에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의 입주 예정일은 오는 2020년 1월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시세에 비해 20% 이상 저렴한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입주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내국인 무주택가구 구성원이다. 면적(전용면적 33~114㎡)에 따라 가구당 소득, 부동산, 자동차 기준을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장기전세주택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공공임대를 위해 매입한 아파트다. 서울시는 재건축 아파트의 사업시행인가 과정에서 임대주택 제한을 두고 인허가 요건으로 내건다. 상향된 용적률의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다만 ‘저소득층과 자산이 적은 청년층을 위한 장기전세’라는 공공임대주택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장기전세의 보증금은 주변 시세보다 20~30% 낮은 수준이지만 고가로 공급되고 있다. 서울 중에서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지가 즐비한 강남구와 서초구 등 주변 집값 자체가 높은 지역에서 공급되는 장기전세 보증금은 5억원에서 7억원대로 나오고 있다.

장기전세주택으로 나왔던 강남구 ‘래미안 그레이튼 1·2차’는 전용면적 59㎡형의 전세금이 5억원 초반이다. 서초구 ‘래미안 퍼스티지’의 전용면적 59㎡형은 전세금이 6억7000여만원, ‘반포자이’는 84㎡형 보증금이 7억1000만원이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의 전세금도 6억원대 초반이다. 수도권 지역이라면 소형 아파트를 한 채 살 수 있는 액수다.

또한 장기전세주택을 두고 모순점도 제기된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취지를 살려 소득 및 자산보유기준을 대폭 완화했지만 고가의 장기전세주택 전세금에 들어가 사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장기전세주택의 부동산 자산의 공시가격 합계는 2억1550만원 이하, 보유한 자동차의 가격은 2800만원 미만이다. 소득기준을 보면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70% 이하면 1·2순위, 100%는 3순위 청약자격을 얻는다. 맞벌이인 경우와 장기전세 주택 물량이 남을 때에는 월평균소득의 120% 가구까지 신청할 수 있다. 3인가구 월평균소득의 100%는 약 540만원이다.

장기전세주택 입주자격을 갖췄다면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 기준에 거의 부합된다. 주택도시기금 ‘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 대출’ 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에게 보증금의 최대 80%를 낮은 금리로 빌려준다. 하지만 신혼부부 대상 전세금 대출은 수도권 기준 최대 2억원,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은 한도가 1억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장기전세주택의 소득 및 자신기준이 충족되더라도 전세보증금이 6억~7억원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을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장기전세주택 물량이 일정부분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공급이 되는데 시세보다 1억~2억원이 낮다고 해도 당초 공급 취지와 맞지 않는 형평성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점도 논란이다. 장기전세주택 청약 시기에 자산기준이 충족돼 입주자격을 가지게 되더라도 사는 동안 자산기준 금액이 초과되면 재계약을 할 수 없어 퇴거 조치가 된다. 공공임대주택은 모든 가구원이 무주택자이여야 입주 자격을 얻는다. 부동산 외에 소득과 자산 기준도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청약 시점에 자산기준이 충족돼 입주하게 되더라도  장기전세주택이 임대주택이라 2년마다 재계약을 진행하는데, 재계약 시점에서 자산기준이 초과되면 재계약을 못 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주해 살 게 되더라도, 자산기준이 초과되면 거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장기전세주택의 본래 취지인 '저렴한 보증금, 최장 20년 가까이 거주'라는 주거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전세주택이 최장 20년인데 맞벌이 부부가 입주해서 산다고 했을 시 월급이 오르거나, 다른 자산이 늘어날 수도 있는 경우가 허다해 퇴거 조치되는 경우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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