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류현진(32·LA 다저스)이 팀과 팬들의 기대와 달리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최악의 피칭을 했다. 5회도 못 버티고 대량실점을 하고 강판당함으로써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류현진은 24일(이하 한국시간) 홈구장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인터리그 경기에 시즌 24번째 선발 등판했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승률 1위, 양키스는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 팀. 두 팀의 격돌은 '미리 보는 월드시리즈'로 불리며 미국 전역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류현진은 4⅓이닝 동안 안타를 9개 맞았고, 그 가운데 만루포 포함 홈런도 3개나 허용했다. 볼넷 1개에 삼진은 7개를 잡았다. 7실점한 류현진은 다저스가 2-10으로 패함에 따라 패전투수가 됐고 시즌 4패(12승)를 안았다.

단순한 1패 이상의 심한 내상을 입은 류현진이다.

   
▲ 사진=뉴욕 양키스 트위터 캡처


우선 올해 류현진을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로 꼽게 만든 1점대 평균자책점 아성이 깨진 것이 아쉽다. 1.64였던 시즌 평균자책점이 이날 7실점으로 2.00(152⅔이닝 40실점 34자책점)까지 올라갔다. 1점대를 지켜내지 못한 것이다.

류현진이 한 경기 7실점한 것은 이번 시즌 두 번째로 최다 실점이다. 지난  6월 2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도 4이닝 7실점한 바 있다. 하지만 콜로라도전은 원정경기였고,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 열렸다. 안방 다저스타디움에서는 극강의 면모를 보여온 류현진이기에 홈 경기 7실점 패전은 충격적이다.

사이영상 경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류현진이 그동안 경쟁자들에게 절대 우위를 보인 부분이 바로 평균자책점이었다. 이날 경기 이전 류현진이 1.6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을 때 강력한 경쟁자인 마크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의 평균자책점은 2.41로 차이가 컸다. 하지만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이 2.00으로 치솟으면서 격차가 확 줄어들었다. 유일한 1점대라는 상징성도 사라졌다.

상대가 양키스였다는 사실이 특히 뼈아프다. 최근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올랐으나 모두 우승을 놓친 다저스는 올해 더욱 강력해진 팀 컬러로 월드시리즈 3수에 도전한다. 이변이 없는 한 다저스의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이 점쳐지는 상황이며, 가장 유력한 월드시리즈 맞상대가 양키스다. 류현진은 월드시리즈에서 다시 양키스를 만날 가능성이 높은데, 예비고사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불안감을 안겼다.

최근 2경기 등판에서 연속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도 걱정이다. 앞선 등판이었던 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도 류현진은 5⅔이닝 4실점하며 무너져 패전투수가 된 바 있다. 2연패를 당했고, 이 두 경기를 통해 1.45였던 평균자책점이 2.00으로 급등했다.

시즌 종반으로 향하는 시점에서 이렇게 연속 대량실점하며 뒷심 부족을 드러낸 것은 시즌 이후 FA 계약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류현진은 시즌 후 1년 미뤄뒀던 FA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올 시즌 워낙 호투를 거듭해와 몸값이 폭등하고 있던 류현진이다. 그런데 시즌 막바지 들면서 구위와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류현진 영입을 위해 돈보따리를 준비하던 구단에 고민의 여지를 제공할 수 있다.

류현진에게는 여러모로 아픔을 남긴 양키스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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