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전력 의심스러운 논란의 인물은 반드시 배제돼야
   
▲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지난 6월 공연계와 국민들은 한편의 코미디를 봐야했다. 대표적인 국립 예술단체로 꼽히는 국립무용단이 공연을 불과 3주 남겨놓고 신작 '색동' 공연을 전격적으로 취소했기 때문이다. 민간 예술단체도 아닌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 예술단체가 개막이 임박한 시점에서 공연을 돌연 취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그 배경에 의문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무용인 '색동' 공연의 경우 1년 전인 지난해 7월 일찌감치 공연을 예고했으며, '향연'과 '묵향'으로 매진 사례를 기록한 정구호 연출의 신작이어서 처음부터 화제를 모았고, 무용 공연으로는 드물게 예매율 50%를 넘길 만큼 기대작이었기에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당시 국립무용단 측은 "내부 사정"이라고 설명했으나, 공연계와 무용계에서는 제작진과 무용 단원들 간의 심각한 갈등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공연계에선 '색동' 공연 취소는 국립무용단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1962년 창단돼 반세기를 훌쩍 넘긴 국립무용단의 존재 이유는 관객이 감동할 수 있는 우리 전통 춤의 소개와 함께, 이러한 전통 춤을 기반으로 한 창작무용의 개발 및 보급이다. 외래 문화예술의 범람 속에 우리고유의 예술적 가치를 한국무용을 통해 지켜나갈 의무가 있는 것이다.

   
국립무용단이 좁은 국내 무대를 벗어나 해외에도 우리의 전통 춤을 알리는 데 시간과 예산을 투자해야 하는 것도 국가를 대표하는 예술단체인 까닭에서다. 국내 공연은 물론이고 해외 공연에도 머뭇거림이 없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국립 예술단체로서 국립무용단의 행보는 후한 점수를 주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립무용단 공연이 과연 어느 정도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는지, 무용인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한국무용이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 물어보면 답은 금방 나올 것이다.

한국무용의 침체가 국립무용단 때문은 아니잖느냐고 반문한다면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 예술단체로서, 우리나라 최고 무용수들이 몰려 있는 국립무용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무용의 대중화'까지는 길이 멀더라도, 국립무용단이 이러한 목표를 향해 앞장서야 할 타당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관객을 염두에 두지 않는 '그들만의 공연', '공연을 위한 공연'은 현 정부가 모든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를 기치로 내건 문화민주주의 화두에도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우수성은 비단 K팝에서만 찾아지는 게 아니다. 한국무용 같은 내적 가치를 지닌 전통 문화 역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수많은 우리 전통문화의 해외공연에서도 입증된다. 국립무용단이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우리 전통 문화 알리기의 중심에 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때마침 임기 만료를 앞둔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을 새로 뽑는 공모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사실상 해당 조직의 CEO 역할을 해야 할 만큼 막중한 책임이 부여돼 있다. 그런데 임용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공연계와 무용계에선 벌써부터 뒷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부적격자들이 까다로운 서류전형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남은 면접과 인사 검증 과정에서 철저히 걸러져야 임용 후유증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임용을 둘러싼 잡음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법은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일 수 있다. 누가 보더라도 인정할 만큼 안무 및 연출 등 예술적 기량이 뛰어난 인물, 단원들을 이끌 리더십과 열정을 갖춘 인물, 국립무용단을 변화시킬 정도의 혁신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 등이 적임자다. 소위 낙하산 인사와 전력이 의심스러운 논란의 인물은 반드시 배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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