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축구대표팀이 9월이면 2022 카타르 월드컵 체제로 돌입한다. 9월 10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시아 지역 2차예선 첫 경기가 그 출발점이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26일 투르크메니스탄전과 그보다 앞서 열리는 조지아와 평가전(9월 5일) 2연전에 출전할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등 정예 멤버들과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지로나)같은 차세대 주역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 중에는 벤투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래 처음 대표 발탁한 두 선수가 있었다. 김신욱(상하이 선화)과 이동경(울산 현대)이다. 이동경은 A대표팀에 처음 부름을 받아 깜짝 발탁이라 할 수 있다. 김신욱은 이미 화려한 대표팀 경력이 있기에 재발탁된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벤투 감독이 김신욱에게 손을 내민 것은 주목할 만했다.

벤투 감독이 한국대표팀에 부임한 후 그동안 김신욱을 외면해왔던 것은 그가 선호하는 최전방 공격수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착실한 빌드업을 기조로 스피드와 돌파력을 갖추고 전방에서 많이 뛰며 이타적인 패스나 득점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격수.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황의조가 붙박이로 벤투호의 최전방을 책임져왔다. 지동원도 자주 부름을 받았고, 지동원이 부상을 당했을 때는 이정협을 선발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런데 월드컵 예선에 돌입하는 시점에서 벤투 감독이 처음으로 김신욱을 선발했다. 이유는 뭘까.

벤투 감독은 "김신욱을 선발하는 게 시기적으로 맞다고 생각했다. 이전 대표팀 명단에는 없었지만, 예비 명단에는 꾸준히 이름을 올린 선수다. 대표팀도 이제는 다른 시기에 진입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는 단계다"라며 김신욱을 선발할 때가 되었다고 밝히면서 "다른 선수와 마찬가지로 김신욱도 대표팀에서 얼마나 활약하고 적응할지 점검할 계획이다. 김신욱이 대표팀에 와서 우리 스타일에 잘 적응하고 맞추기를 희망한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물론 김신욱은 현재 소속팀에서의 활약상을 감안하면 대표로 안뽑는게 이상할 정도다. 지난 6월 전북 현대에서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 후 김신욱은 7경기 출전해 8골 4도움이라는 경이로운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중국리그에서 뛰는 그 어떤 외국인선수들보다 폭발적인 성적이다.

김신욱이 비록 유럽 무대로 진출하지는 못하고 중국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여전히 가공할 공격수라는 사실을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치르는 대표팀에서 김신욱은 분명 쓰임새가 높은 공격 자원이 될 수 있다.

벤투호 출범 후 타이틀이 걸린 대회에 나선 것이 올해 1월 열린 2019 아시안컵이었다. 우승을 노렸던 한국은 8강에서 카타르에 져 탈락하며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성적을 냈다. 물론 아시안컵 대표팀에 김신욱은 없었다.

아시안컵에 출전할 때와 월드컵 예선에 임하는 벤투 감독의 자세는 다르다. 아시안컵 성적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벤투 감독이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궁극적인 목표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출전이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대표팀 운영을 하며 시행착오를 겪었고,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1차 관문을 앞두고 있다.

김신욱의 벤투호 첫 발탁. 벤투 감독의 '현실 인식'을 상징한다. 아시아 팀들을 상대로 월드컵 예선을 치러나가야 할 시점에서 아시아권에서 강력한 공격 옵션이 될 수 있는 김신욱을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이제부터는 김신욱의 몫이다. 최고참 공격수인 김신욱이 스스로 가치를 빛내는 활약으로 대표팀 공격을 이끌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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