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언론은 이 작품을 '먹글씨'라고 칭했다. 이미 익숙한 '붓글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먹글씨라고 하니 뜬금없는 말로 들린다. 먹글씨는 사용한 재료인 먹에 초점을 맞춘 용어로서 붓으로 쓰든 펜으로 쓰든 막대기로 쓰든 도구에 먹을 묻혀서 쓴 글씨를 말한다. 그러므로 먹글씨라고 해서 다 모필(毛筆:붓)로 쓴 붓글씨는 아니다. 먹글씨는 경필(硬筆:딱딱한 필기도구. 硬:굳을 경, 筆:붓 필)로 쓴 글씨도 포함하는 것이다." -본문 272-273쪽 '붓글씨와 먹글씨' 중에서.

   
중문학자이자 서예가인 김병기 전북대 교수(64·중어중문과)가 말뜻 풀이를 통해 문화와 사회를 바라본 글들을 모은 '문자·문화·사회 알쏭달쏭함을 헤집다'라는 책을 냈다. 지나쳐버리기 쉬운 알쏭달쏭한 말에 담긴 알쏭달쏭한 생각을 명료하게 헤집어 큰 지혜를 주는 책이다.

이 책은 김병기 교수가 깊은 통찰력으로 세상사에 관심을 갖고 늘 해결책을 생각하며 2017년 2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경제일간지 이투데이에 연재했던 글 중에서 188편을 정리한 것이다. 쉬운 내용인 것 같지만 깊이가 있고, 깊이가 있어서 무거울 것 같지만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비판적 칼럼을 덧붙인 내용의 글 모음이다.

서문에는 중국 명나라 말기, 당시 사회에 만연한 각종 비리를 척결하고자 노력한 '동림당'의 학자들이 써 붙인 주련 글귀가 소개되어 있다. "바람소리, 빗소리, 책 읽는 소리, 소리마다 다 귀에 담고, 집안 일, 나라 일, 천하의 일, 일마다 모두 관심을 갖자.(風聲雨聲讀書聲 聲聲入耳, 家事國事天下事 事事關心.)"

이 구절을 예로 들어 김병기 교수는 학자는 현실참여 뿐 아니라, 학문을 깊이 연구하기 위해서도 세상의 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넓게 살펴야 함을 역설한다. 이 책은 김교수의 그러한 학문관을 반영한 책이다.

알쏭달쏭한 우리말에 대한 한자표기를 정확하게 밝혀 줌으로써 정확한 뜻을 모르는 채 짐작대고 일상으로 사용하는 용어에 담긴 속뜻을 훤히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말이 가진 깊이를 이해하게 해 줌으로써 특히 한자를 잘 모르는 세대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예를 들자면, 요즈음 젊은이들이 흔히 사용하는 '혼술'의 사회현상을 '독작(獨酌)'과 비교하여 풀이하기도 하고, 기쁨(悅)과 즐거움(樂), 음용수(飮用水)와 음료수(飮料水), 해방(解放)과 광복(光復) 차이를 시원하게 설명해 주기도 한다.

분식회계, 명조체, 소주, 조현병 등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그 유래를 모르는 말에 대해서도 자상한 설명을 붙였다.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채 습관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평을 받으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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