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묘 담장에 있는 60간지 중 하나인 '정사' [사진=문화재청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조선의 왕과 왕비 신위를 모신 종묘의 외곽 담장에 새겨진 60간지와 일왕 연호는 수리 시기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종묘 담장의 60간지는 모두 73개이고, 일왕 연호는 9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이런 내용의 '종묘 외곽 담장 기초현황 자료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8일 밝혔다.

60간지와 일왕 연호는 종묘 북쪽을 제외하고, 동쪽·남쪽·서쪽 담장에 있으며, 동쪽 담장에서는 신사(辛巳) 6개, 임자(壬子) 4개, 을묘(乙卯) 4개, 정사(丁巳) 3개, 신해(辛亥) 3개 등 15가지 명문 33개가 확인됐다.

보고서는 "확실하게 식별되는 명문이 있는 반면, 일부 글자는 마모되거나 훼손됐다"며 "표기 형식이나 위치에는 특별한 규칙이 없다"고 설명했다.

60간지를 수리 시기로 보는 근거는 승정원일기 기록으로, 승정원일기 1879년 8월 4일 기사에는 "종묘 대문의 서쪽 담장과 동영(東營) 사이에 있는 담장이 이미 완전히 축조됐으니, 정식에 따라 연조(年條)를 새긴 후"라고 적혀있다.

일왕 연호는 모두 '쇼와'(昭和)로, 서쪽에 있는 8개는 '소화 팔년 삼월 개축'(昭和 八年 三月 改築)이라고 표기했는데, 쇼와 8년은 1933년이고, 동쪽에 있는 명문 1개는 쇼와 7년, 즉 1932년에 작성됐다.

보고서는 "조선시대에는 종묘 담장을 수리·보수하면서 해당 연도를 새기는 것이 법식으로 정해져 있었다"며 "종묘 담장 60간지는 조선시대 후기, 일왕 연호는 1932년 율곡로 개발 당시 창덕궁과 연결된 담장을 허물고 개축할 때 새긴 듯하다"고 분석했다.

종묘관리소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한 사항을 알리기 위해 안내판을 추가로 설치하고, 해설사 안내 지침서를 수정할 방침이며, 문화재청은 보고서를 국립고궁박물관, 국회도서관 등에 배포하고, 누리집에서도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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