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그룹 독립 첫해 대비 영업익 66% 증가
기존 주력사업·신규 사업 밸류체인 주효
장남 두선씨 지주사 지분 첫 매입…‘현대 퓨얼즈’ 법인장 발령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이 기존 사업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한편 신사업 발굴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며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분리된 지 3년 만에 안정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홀로서기에 성공하자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 장남 두선씨는 30세 나이로 계열사 임원에 오른 데 이어 처음으로 지주사 지분을 매입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몽혁 회장 장남 두선씨는 최근 현대종합상사 지주사격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보통주 2만5056주를 장내 매수했다. 

   
▲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최대주주 등 주식소유현황.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두선씨의 매입분은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전체 지분의 0.28%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회사 주식 지분 매입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눈길을 끈다. 

1990년생인 두선씨는 외국 대학에서 경영학을 졸업한 후 2014년 9월 현대종합상사 법무팀으로 입사해 상사 업무와 관련한 계약 관리, 법률 검토, 법률 자문 등을 터득했다. 이후 2016년 부장으로 승진해 사업개발팀에서 신성장동력 발굴을 담당했다. 올해 상무보로 승진한 그는 지난 달 1일 현대종합상사의 손자회사인 '현대 퓨얼즈' 법인장으로 발령 받아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2009년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됐다. 그러다 2015년 12월 18일 현대중공업은 현대종합상사 지분 19.4%를 현대C&F에 매각하고 현대씨앤에프(C&F)의 지분 12.3%를 정몽혁 회장에게 넘기기로 의결했다. 이후 현대씨앤에프 사명은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로 변경됐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사촌기업 품을 떠나 '독자 생존'에 적응하자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정 회장이 강조한 H1(기존주력사업-무역), H2(기존사업의 연계사업), H3(신규사업)로 이어지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주축으로 현대종합상사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의 영업이익은 독립 첫해인 2016년 304억원에서 지난해 505억원으로 66% 증가했다. 

종합상사의 생존력 잣대 중 하나인 계열기반 거래(범현대가) 비중이 오히려 늘고 있는 점도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가 독자 경영 역량을 갖추는 데 힘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현대종합상사의 범현대 계열 물량비중은 75%로 안정적인 범현대 물량확보를 기본으로 동종업종 타사제품을 추가로 취급함으로써 트레이딩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종합상사는 알제리 등 중동의 고마진 대체시장을 발굴하며 차량소재 부문을 키워 나가고 있다. 상반기 현대종합상사의 차량소재 영업이익은 1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하며 회사 내 수익을 책임지던 철강 사업(85억원)을 넘어섰다. 

식량사업을 중심으로 미래먹거리도 키우고 있다. 식량사업은 정 회장이 농장이 있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싱가포르 등 인도차이나반도 등을 지속적으로 방문할 만큼 높은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캄보디아 현지법인을 통해 농장을 매입하고 재배 수확 판매를 해 수익을 내고 있다. 캄보디아 최초의 검역 농산물유통센터도 착공했다. 한국 식품검역원으로부터 수출시설 인증절차를 완료한 뒤 국내에도 생망고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베트남 소재 타포린 제조업체 지분을 인수해 제품 판매권을 획득하고 인도 철강 코일센터 생산설비를 증축하는 등 기존 주력사업인 무역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연계사업도 발굴하며 밸류체인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정몽혁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다섯 째 동생인 정신영 전 동아일보 기자의 외아들이다. 1993년 현대정유 사장에 오른 그는 외환위기 이후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2002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 현대메티아(옛 아주금속)를 거쳐 2009년 지금의 현대종합상사 회장에 올랐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