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준비 더 이상 늦어지면 파국…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 필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삼성이 29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끝난 뒤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움과 성원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같은 입장문은 이례적이다. 삼성은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이 부회장의 구속 기소, 1심 실형 판결, 2심 집행유예 판결 등 주요한 일들이 있었지만 공식 입장을 한 차례도 밝히지 않았다. 

   
▲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이 답답함과 위기감을 호소한 것이라는 해석나오고 있다. 대법원 선고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반성의 뜻을 밝혀 과거의 관행과 잘못에 대해 선을 긋고, 국정농단 사건 이후 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새로운 수사를 낳고 수사결과도 나오기도 전에 경영진이 여론재판의 피의자 신분이 돼 리더십이 마비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현재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바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위기를 돌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삼성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사가 이어지며 리더십과 내부 사기 등에서 사실상 만신창이가 됐다. 

국정 농단과 관련한 무수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수장들의 구속,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파생된 노조 수사 등이 이어졌다.

현재 삼성은 사기가 저하된 가운데 실적 악화, 일본 수출 규제, 미·중 무역 갈등 격화 등이 겹치는 '퍼펙트 스톰'을 맞고 있다.

과거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는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한 순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런 전자 시장의 격랑을 헤치고 삼성전자는 세계 1위로 도약했다. 삼성전자는 '위기'를 선제적으로 포착해 기회로 전환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이는 오너의 비전과 경영진의 실행력, 직원들의 '할 수 있다'는 도전 정신이라는 삼성 고유의 '핵심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의 실적 악화와, 수출 규제, 무역 갈등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오너의 비전과 경영진의 실행력, 임직원들의 도전정신이 중요하다. 하지만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슨 수사와 압수수색으로 오너와 경영진, 임직원들 모두가 위축돼 있다. 위기 돌파를 위한 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이다.

삼성이 절박한 심정으로 입장문을 낸 것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아예 도태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제대로 맞서 이겨낼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는 호소인 셈이다.

삼성은 리더십 위기 등으로 3년여 동안 미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더 이어지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절박감에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면서 '더 늦으면 안된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