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간판타자' 이대호(37)마저 2군으로 내려보냈다. 충격 요법을 통한 팀 리빌딩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롯데 구단은 30일 키움 히어로즈와 고척돔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대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내야수 배성근(24)을 1군 등록했다. 전날인 29일에는 역시 베테랑 내야수인 채태인의 1군 등록을 말소한 바 있다.

롯데는 29일 키움전에서 패해 한화와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지며 다시 꼴찌로 내려앉았다. 이번 시즌 바닥권 성적이 사실상 확정된 롯데가 채태인과 이대호를 잇따라 1군 전력에서 뺀 것은 인위적인 세대교체를 시작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대호는 올 시즌 122경기 출전해 타율 2할8푼4리, 15홈런, 8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아주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리그 최고 몸값 선수로서는 부족한 활약이 분명하다. 그래도 이대호는  8월 들어서는 타율 3할2푼5리에 홈런 3개를 날리며 타격감을 살리고 있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3할8푼9리나 된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채태인도 전반기 극심한 부진으로 타율이 2할5푼1리에 머물러 있지만 후반기에는 타율 3할2푼3리, 2홈런으로 타격감을 한참 회복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채태인에 이어 '롯데의 영원한 4번타자'로 불리는 이대호까지 1군 제외했다. 공필성 감독대행이 29일 한 말에서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공 대행은 "다음 감독이 누가 될진 모르겠지만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내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했다. 

채태인, 이대호를 라인업에 넣어 1승이라도 더 챙기는 것이 현재의 롯데에는 무의미하다고 구단 또는 공필성 감독대행이 인식한 것이다.

이대호의 2군행. 롯데에 이보다 더 상징적인 리빌딩 행보는 없다. 시즌 중 감독과 단장이 동시에 경질된 롯데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았고 성적 반등도 없었다. 이대호까지 뺀 롯데, 완전히 새로 시작해 보겠다는 뜻이다. 그 효과는 지금 알 수 없지만 무엇이라도 해봐야 하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거인군단의 몰락 책임을 감독 또는 베테랑(의 부진)에 떠넘기려는 의도는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롯데는 단장 공백 상태가 한 달도 훨씬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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