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끝나면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북미대화 재개가 난항을 겪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가 추가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하더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이 “불량행동을 간과할 수 없다”며 북한을 자극했다. 북한은 “모든 조치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북미 간 기류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면죄부를 주면서 북핵 관리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8월 말로 예고됐던 북미 실무협상이 9월 초에는 열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북한과 미국은 여전히 기싸움 중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인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이후 ‘새로운 셈법’을 내세우며 체제안전보장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를 근거로 최근 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다. 이런 와중에 미 행정부가 최근 추가 대북제재 조치를 단행했고, 이에 대해 북한 외무성이 강력 반발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30일(현지시간) 정제유 제품에 대한 북한과의 불법 해상 환적에 연루된 대만인 2명과 대만 및 홍콩 해운사 3곳(대만 2곳, 홍콩 1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예정된 법 집행 차원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이 기존 대북제재의 고삐를 풀 생각이 없다는 점을 확인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 지렛대로 대북제재를 꼽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31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내고 미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최 부상은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떠밀고 있다”고 밝히며 불만을 드러냈다. 

최 부상은 특히 폼페이오의 발언을 지목하며 “미국의 외교수장이 이런 무모한 발언을 한 배경이 매우 궁금하며 우슨 계산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지켜볼 것이다. 끔찍한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미국은 우리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새로 연구개발한 초대형방사포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8월 25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매체가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연내로 유효기간을 못박아둔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열려야 하는 북미 실무협상도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날 일본 닛케이신문은 북한이 유엔 측에 이번 유엔총회에 리용호 외무상의 연설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유엔총회에 장관급 고위인사를 보내지 않는 조치로 미국을 압박하고 자신들의 불만을 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30 남븍미 판문점 회동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를 발표했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선호해온 만큼 북미 간 본격적인 실무협상은 좀처럼 시작되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한미연합훈련 이후 미국과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뜻을 전하며 북미대화에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번 최선희 부상 담화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이 언급은 따로 없었다. 따라서 하노이회담 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배제한 북한이 이번에는 폼페이오 장관을 배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북한이 체제안전보장을 새로운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실제 북미협상을 이끌 조건은 제재 완화라는 분석이 많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편들기와 달리 미 재무부가 추가 대북 제재를 가한 것은 미국의 기존 입장이 고수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노이회담이 결렬된지 반년이 흘렀지만 북미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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