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정의 배신한 교수들…거짓과 위선 버리고 진정한 학자로 제자 바라봐야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한 건물에서 입장을 발표하기 전 준비해 온 수첩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대한민국이 온통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으로 시끄럽다. 지금까지 이렇게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받은 적은 없었다. 또한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일가족 모두 고발 당한 적도 없었다, 조 후보자와 관련된 고소·고발사건이 11건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사모펀드 투자, 사학재단' 등에 관한 불법 의혹들은 필자같은 평범한 시민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내용들이다.

평생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근무한 필자가 관심을 갖고 살펴볼 수 있는 것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조 후보자 딸 조모씨가 2008년 한영외고 2학년 때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병리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는데, 이는 연구 부정이며 이를 활용해 고대와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한 것은 부정 입학이라는 의혹이다. 즉 고려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부정 입학 의혹이다. 아울러 두 번째는 조 후보자의 딸의 장학금 관련 의혹이다.

필자는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를 하는 동안에 많은 학생들이 서울대, 연·고대, KAIST 등 유수한 대학들과 의대들에 진학하는 것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많은 학생들 중에서 대학 연구소에서 논문을 썼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것도 이공계 학생이 아니라 외고에 다니는 인문계 학생이 의학 논문을 썼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고등학교의 인문계 학급은 이공계 학급에 비해서 과학·수학 수업 시수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어고등학교는 외국어 중점 학교이기 때문에 과학·수학 수업 시수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의 인문계 학급과 비교해서 매우 적은 편이다.

논문 한 편을 작성한다는 것은 녹록하지 않은 일이다. 논문 한 편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의 시간들과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장관 후보자 등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논문 표절 의혹들이 항상 문제가 된다. 고위 공직자들 인사청문회에서 논문 표절 의혹을 받지 않은 후보자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석사·박사 학위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적당히 다른 논문들을 표절하기 때문이다.

   
▲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고위 공직자 임용 '5대 중대 비리'에도 논문 표절이 들어가 있다. '논문을 잘 썼는냐? 그것을 논문이라고 썼는냐?'라는 문제는 제기되지 않는다. 오직 '논문을 창의적으로 작성했느냐? 논문을 작성하는데 편하게 남의 논문을 표절했느냐? 즉 다른 사람이 힘들게 각고의 노력으로 작성한 논문을 도적질했는냐?'라는 것만 따지는 것이다,

필자는 43살의 늦은 나이에 석사 과정의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그때 논문 지도교수께서는 당신이 쓰신 논문들을 필자에게 건내주시곤 하였다. 지도교수님의 논문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쓴 창의적이고 특정한 단어 하나를 발췌했다면, 논문 페이지 하단에 꼭 주(註)를 달아서 출처 표기를 한다는 것이다. 문장 혹은 단락을 인용했다면, 반드시 논문 말미에 참고문헌의 목록에 출처 표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표절이 되기 때문이다.

석사 학위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서 필자의 경우에는 3학기 동안 즉 1년 6개월 동안 항상 머리속에서 논문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어떤 논문을 쓸 것인지, 선행 연구들을 어떻게 참고할 것인지, 문제제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서론·본론·결론은 어떻게 작성할것인지'에 대한 생각들로 머리속은 항상 brainstorming의 과정을 겪고 있었다. 그

때 필자는 대학의 여름방학 2개월과 겨울방학 3개월의 기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교수들이 논문을 쓴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보자의 딸은 과학고도 아닌 외고 2학년 시절, 그것도 불과 2주동안 인턴을 하고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되었다는 것은 "삶은 소가 웃다가 꾸러미 째지겠다"라는 표현에 해당되는 행동이 아니겠는가?

의학 논문 등 과학 논문은 대략, '문제제기-실험-분석-결론' 등의 장기간의 논문 작성 단계를 거칠 것이다. 그런 논문 작성에 단 2주 동안에 제1저자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논란은 의대 교수인 지도교수의 학문에 대한 학자적 양심 때문에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즉 의대 교수가 거짓된 행동을 했느냐 혹은 진실된 행동을 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딸 조씨는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으나 2015년 1학기에 3과목, 2018년 2학기에 1과목을 낙제해 두 번 유급했는데도 그 사이 2016년 1학기부터 2018년 2학기까지 총 6학기 동안 지도교수로부터 매 학기 200만원씩 총 120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수령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장학금은 '주로 성적은 우수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보조해 주는 돈'이라고 정의해 놓았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아니더라도 장학금의 정의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부산 의전원 의대 교수는 장학금이 필요 없는 매우 부유한 가정의 학생이며 더구나 유급할 정도의 성적 불량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추천한 것이다.

이것은 의사가 되기 위하여 고전분투 중인 가난한 의대생들과 알바의 힘든 일을 하면서 공부하는 가난한 대학생들에게 마음의 상처와 슬픔을 안겨준 것이다.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슬픔과 마음의 상처를 안겨 주는 교수는 교육자의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이다.


필자도 장학금에 대한 슬픈 추억이 있다.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에 당시에는 석간신문이었던 동아일보를 배달하며 공부하였다. 필자의 어려운 형편을 아는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담임선생님들께서는 필자에게 장학금을 추천해 주셨다. 그러나 3학년 담임교사는 필자가 아닌 부유한 가정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추천했다.

그때 장학금을 받은 그 학생은 필자가 신문배달을 하는 신문 구독자들 중 한 가정의 학생이었다. 그러므로 필자는 고교 3학년 때는 더 힘들게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이 추억은 오랫동안 필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안겨준 사건이 되었다.

조 후보자 딸에게 6학기 동안 장학금을 지급한 의대 교수는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을까? 필자는 늦은 나이에 대학원 생활을 하였지만 학문적인 면이나 인품으로도 참으로 훌륭하신 지도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그분의 강의를 들으면, 학문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고 또 다시 학문에 매진하고 싶은 뜨거운 열정을 품을 수 있었다.  

교수는 한 국가의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의대 교수는 의사라는 직업과 교수라는 두 가지 명예를 갖고 있는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의대 교수를 포함한 모든 교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인품은 도덕적 정직성(moral integrity)이다. 최고의 지성인인 교수가 거짓된 행동을 한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거짓의 세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학문의 즐거움을 안겨 줘야 한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학문에 대한 정직하고 양심적인 자세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교수가 아니고 일반적인 회사원과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의대 교수는 의사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의학 공부라는 것이 참으로 위대한 학문이라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

또한 의대 교수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새로운 치료 방법들을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의대생들이 고통 중에 있는 환자를 치료해 줘야 한다는 숭고한 사명감을 갖도록 의대 교수는 가르쳐야 한다. 두 분의 교수들, 단국대 의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들은 도덕적 정직성(moral integrity)을 갖춘 양심적인 교수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해서 증오의 마음을 갖고 있다. 일본과의 스포츠 경기에서는 그 증오의 마음이 그대로 노출되어서 그 경기에 이기기 위하여 국민들의 응원은 대단하다. 만일 일본과의 스포츠 경기에서 지기라도 한다면 그 슬픔과 분노는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일본은 지금까지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과 생리학·의학상 등의 노벨과학상 수장자가 22명이다.

우리 한국은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없다. 노벨과학상 경기에서 한국과 일본의 게임 성적은 0:22가 되는 것이다. 일본과의 스포츠 경기에서는 그렇게 흥분을 하는 국민들이 이 노벨과학상의 참패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흥분도 하지 않고 무관심하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스포츠 발전보다 과학의 발전이 그 나라의 흥망성쇠와 더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없는 이유는 학자들의 도적적 정직성(moral integrity)과 깊은 관계가 있다. 노벨과학상을 수상하기 위해서는 진실된 자세로 접근하는 창조적인 연구 과정과 결과가 필요하다. 즉 창조적 사고로 인류에게 위대하고 새로운 업적을 창출해 내야 한다.

과학은 진실의 태도로 접근해야만 창의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거짓된 마음과 허위적인 자세로 과학의 진실을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단지 거짓과 논문 표절이 만연해 있는 대한민국 학문의 세계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불과 2주간 인턴을 한 고등학생을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해 주는 의과대 교수가 의대생들을 가르치고, 성적 불량으로 유급을 받은 부유한 가정의 학생을 장학생으로 추천하는 의학전문 대학원 교수가 버젓이 근무하는 연구 풍토가 존재하는 나라에서 노벨과학상을 수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 대한민국의 교수들이여, 대한민국의 미래는 당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니 거짓을 버리고 진실한 태도로 학문을 연구하는 모습들을 우리 학생들에게 보여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이명호 전직 교사·시인  
[이명호]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