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 위기 삼성…오너리스크 추가
파기환송심, 정치적 판결 배제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에게 지원한 말이 뇌물이라고 판단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잇따른 악재로 곤혹을 치르고 있던 삼성은 또 다시 ‘오너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사상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대법원 판결 뒤에도 경영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구속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을 대체할 리더가 없는 상황인 만큼 덤덤히 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처한 위기의 강도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반도체 경기 침체로 지난 2분기 실적이 반토막 난데다가,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특히 반도체는 삼성뿐 아니라 한국경제의 주력 품목인 만큼 타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환경도 녹록지 않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은 지난 달 28일 한국을 수출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향후 일본 정부가 어떤 품목을 통제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의 강도 또한 예상이 불가능하다.

다만 삼성이 처한 위기와는 별도로 이 부회장 측은 이번 판결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부회장 변호인은 지난 달 29일 대법원 판결 직후 “뇌물공여죄 인정은 아쉽다”면서도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좌와 뇌물 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는 점 그리고 삼성은 어떠한 특혜를 취득하지도 않았음을 인정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상고심 판결을 통해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삼성이 정유라에게 제공한 말 3필과 관련해 소유권 자체를 넘겨준 것으로 보고 말 구입액 34억원을 뇌물로 판단한 것이다. 또 삼성에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기 때문에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판결이 ‘책임을 회피한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씨를 지원한 말이 뇌물로 인정된 것에 대해 일부 대법관들의 반대 의견이 있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수수죄 공동정범 인정에 대해서도 대법관 4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향후 있을 파기환송심에서는 정치적 판결을 배제하고 증거와 법률에 의한 엄밀한 심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사실상 권력의 눈치를 많이 봤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책임을 회피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판결이 난 것이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오로지 법과 원칙에 의해 판단이 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재계 관계자는 “덤덤하게 바라봐도 삼성전자는 위기 상황”이라며 “여기에다 다시 지난한 법정 다툼을 이어가야 하니 속이 타들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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