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 3일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서 지금까지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지 않았던 미래에셋대우가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 2016년 대우증권 인수 당시와 같은 공격적인 베팅전략을 구사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아시아나 인수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 공식 참여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3일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서 재무적 투자자(FI)로서 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 의향서를 냈다. 미래에셋대우는 금융자본이기 때문에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을 직접 인수할 수 없어 재무적 투자자로서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이다.

   
▲ 사진=연합뉴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이미 면세점과 호텔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항공 산업과의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모양새다. 미래에셋대우는 재무적 투자자로서 현대산업개발의 인수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은행(IB)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증권업계에서 유일하게 자기자본 8조원을 돌파한 초대형 IB로, 지난 2016년에도 대형 증권사인 대우증권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당시에도 박현주 회장은 특유의 공격적인 베팅전략으로 입찰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도 미래에셋은 그룹 내 계열사로 미래에셋컨소시엄을 구성해 중국 안방보험이 매각을 준비 중인 55억 달러 규모의 미국 호텔 15곳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국내 자본의 해외 부동산 딜 중에서는 최대 규모의 거래다. 

해당 호텔들은 안방보험이 지난 2016년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으로부터 사들인 스트래티직 호텔앤드리조트 리츠 소유의 자산으로 뉴욕의 JW메리어트 에식스하우스호텔, 와이오밍 잭슨홀의 포시즌스호텔 등을 포함한다. 이외에도 유럽 최대 운용사 아문디와 함께 프랑스 마중가타워 지분투자, 홍콩 구룡반도 오피스빌딩 메자닌 대출에도 참여했다.

아울러 미래에셋대우는 과거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자문에도 참여하는 등 항공업 이슈에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단순 재무적 투자자의 역할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색깔’을 낼 가능성도 점쳐지는 이유다.

물론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의 주가는 지난 3일 인수전 참여 사실이 알려진 이후 9.43% 급락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다수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체 참여한 것에 아쉬운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HDC현대산업개발이 추진해온 사업 다각화 방향성과는 부합하지 않는 아쉬운 결정”이라고 평가했고,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이번 인수전 참여 영향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가 당분간 중립 이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날짜가 바뀐 4일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전일 대비 1.4% 정도의 하락세를 유지 중이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주가가 소폭 반등했지만 전날의 낙폭을 모두 회복하지는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는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전제하면서 “사업간 시너지 측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시장에서는 일단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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