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완공 후 하자 보수 등의 차이"
건설사 "침체에 따른 위험 부담 덜자"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최근 서울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에서는 컨소시엄(공동도급)을 놓고 조합원과 시공사가 서로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대다수의 정비사업장의 조합원들은 단독시공 입찰을 원하고, 반면 건설사들은 컨소시엄을 통해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위험 부담을 덜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특히 예상 공사비만 1조8881억원, 국내 재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 사업지로 꼽히는 한남3구역도 예외가 아니다.

   
▲ 한남3구역 주택가 일대 전경./사진=미디어펜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남3구역 정비사업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지난 2일 개최한 가운데 회의 시작 전부터 시공사 관계자와 조합 측, 조합원 간의 말다툼으로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입찰 방식은 일반경쟁이지만 조합 측에서 건설사 컨소시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컨소시엄을 반대하는 조합원들과의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 정비사업은 한남동 686번지 일대 38만6395.5㎡를 개발해 지하 6층~지상 22층 아파트 197개동 총 5816가구 규모다.

현재 한남3구역 다수의 조합원들은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컨소시엄이 구성되면 5개 경쟁업체가 2~3개로 줄어 경쟁이 완화되고 조합에 불리한 방향으로 수주전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컨소시엄 방식으로 진행된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입주 후 하자 문제 발생이 잦다는 점도 컨소시엄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에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이 공동시공한 송파구 헬리오시티에서는 시스템에어컨 등 하자 문제가 불거졌지만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헬리오시티 시공사 관계자들은 "공동으로 시공했기 때문에 특정 지어 누구의 잘 못으로 따지기 어렵다"며 "주관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답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건설사들이 단독시공을 피해 컨소시엄을 선호하는 이유는 사업 위험성을 분산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단지 미분양 등으로 적자가 발생해도 시공사별 위험 부담을 분산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이에 따라 수주에 참여하면서 경쟁보다 연합을 선택하는 것이고, 입찰 단가를 떨어뜨릴 필요 없이 시행사로 선택받을 수 있다. 그만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조합 입장에서 컨소시엄 아파트는 단점투성이라는 지적이다. 재건축 사업 측면에서 볼때 컨소시엄 시공은 단독 시공보다 공사비가 더 들고 공시기간도 더 걸리는 편이다. 컨소시엄 시공사들은 경쟁을 거치지 않아 공시비와 공사기간을 줄일 유인이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하자 관련 소송에 대해서도 컨소시엄 아파트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시공사를 찾는 재건축 단지 중에는 입찰자격에 '공동참여 불가'를 조건으로 거는 곳이 여럿 있다. 잠원 한신 4지구, 방배동 삼익아파트, 신반포18차 337동 재건축조합, 노량진8구역 재개발 조합 등의 정비사업장 조합원들은 ‘공동도급 불가’ 혹은 ‘단독 입찰’ 등을 시공사 입찰 공고에 포함시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컨소시엄의 경우 건설사에게는 여러가지 유리한 점이 많은 편이지만 조합원들에게는 아무런 장점은 없고 단점만 많다"며 "오히려 시공사들의 복잡한 컨소시엄의 구조와 이해관계 때문에 공사기간만 더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합원에게는 추가 분담금만 더 많이 발생하게 되고, 하자보수 발생 시 보수지연으로 불만과 분쟁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며 "한남3구역과 같이 입지가 뛰어난 재개발구역에서는 조합원들이 시공사들의 컨소시엄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컨소시엄 단지의 경우 복잡한 단지명이 아파트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파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단독시공 아파트의 경우 대형건설사의 브랜드 명이 심플하게 달려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쉽다"며 "컨소시엄 아파트 단지명은 두 브랜드가 섞이면서 복잡해져 이를 신경쓰는 손님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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