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원금손실 사태가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엔 KB증권이 판매한 3200억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 펀드가 대출계약 위반으로 원금손실 위기에 놓였다. 최근 연이은 ‘완판’ 행진을 벌인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에 대한 문제점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국내 투자자에게 약 3000억어치 이상을 팔아치운 호주 부동산 펀드가 원금손실 위기에 놓였다. 현지 사업자가 이 펀드 자금으로 호주 정부의 장애인 주택 임대 관련 사업에 투자하겠다던 계약을 위반하고 엉뚱한 투자를 진행해서다.

   
▲ 사진=연합뉴스


문제의 펀드는 KB증권과 JB자산운용가 출시한 ‘JB호주NDIS 펀드’다. 양사는 대출 차주인 호주 LBA캐피털이 대출 약정과 다르게 사업을 운영해온 점을 깨닫고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펀드는 호주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장애인 주택 임대 관련 사업에 호주 현지 사업자가 투자하는 사모펀드로 출시됐다. 운용사는 JB자산운용이고 KB증권은 지난 3~6월에 걸쳐 이 펀드를 기관투자가에 2360억원, 법인과 개인에게 904억원 등 총 3264억원어치를 2년 만기로 팔았다. 

현지 사업체인 LBA캐피털은 대출받은 자금으로 아파트를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서 장애인에게 임대해주고,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임대 수익을 올리겠다는 취지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투자자들은 2년 4개월 만기까지 약 4~5% 정도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호주 부동산 시장 상황이 바뀌자 LBA캐피털은 임의로 투자처를 바꿨고,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LBA캐피털이 정부가 지정한 매입 대상 아파트가 아니라 일반 토지를 매입한 것이다. 심지어 LBA캐피털은 대출받을 때 허위 문서를 제출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명백한 계약위반 사항이 발생하자 KB증권은 총 투자자금(3264억원) 중 2015억원은 현금으로 회수해 국내 이체까지 매듭을 지었다. 882억원 상당의 현금과 부동산은 호주 빅토리아주 법원명령으로 자산 동결돼 회수가 가능할 전망이다. 

KB증권 측은 원금의 89%까지는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잔여 투자자금 367억원과 손해 발생액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 등을 통해 회수할 것이라는 게 KB증권 측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것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펀드 시장 자체가 과열 양상을 띤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와 같은 상황이 진작부터 우려되고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DLF·DLS 사태까지 겹친 터라 투자자들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도록 금융기관들이 피해보상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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