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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숭호의 돌아보기]"나는 왜 75세까지만 살고 싶은가?"
미국의 의사이자 의료윤리학자인 에즈키엘 이마뉴엘 '의미있는 삶' 주목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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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09-06 10: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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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숭호 칼럼니스트·전 한국신문윤리위원
"나는 왜 75세까지만 살고 싶은가?"
'100세 시대'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할 이 질문은 미국의 의사이자 의료윤리학자인 에즈키엘 이마뉴엘이 몇 년 전 꽤 이름 있는 잡지인 '아틀란틱'에 기고한 글 제목이다. 올해 예순둘인 그는 이 글로 더 유명해진 듯 며칠 전에는 '테크니컬리뷰'라는 매체와 같은 주제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용은 이렇다. "정말 75세에 죽겠다는 건 아니다. 그 나이 이후에는 질환이 생겨도 적극적 치료는 안 하고 운명이 정해진 만큼만 살겠다는 거다. 선진국의 평균수명이 급격히 늘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 장애로 고생하는 노인이 많고, 국가와 사회가 노인에게 지출하는 액수가 지나치게 많다. 어느 사회나 어린이들이 장래의 희망이라 하지만 미국 연방정부 예산에서 18세 이하 인구에 사용되는 액수는 65세 이상 인구에 사용되는 액수의 불과 7분의 1이다. 일부 첨단 기술과학 종사자들과 (엄청난 부자들인) 슈퍼 리치들이 수명연장을 연구하고 있지만 그래봤자 슈퍼 리치 몇 명의 수명만 늘어날 뿐이다. 70~90세인 사람 일부가 건강하게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노는 것'이지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마뉴엘이 이런 인터뷰를 했다는 건 미국 뉴올리언스 튤레인 대학 병원 교수인 전훈배 박사의 페이스북을 보고 알았다. "오래 살 생각이 없다"는 이마뉴엘의 발언은 '죽은 사람 장기로 산 사람 목숨을 연장시키는 기술'인 장기이식 전문가로 미국서도 소문난 전 박사의 관심을 끌었던 모양이다.

흥미 있는 주제여서인지 전 박사의 글에는 댓글이 꽤 많이 달려 있었다. "100세 시대라고 해서 100세까지 살 건 아닌 것 같다"는 내용도 꽤 있었다. "65세까지라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10년 연장해도 되겠네요"라는 글도 있었고, 반대로 "85세까지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10년 줄이라는 말이네. 내가 욕심이 많나"라는 것도 있었다. "75세까지가 적당하다. 특히 남자 노인들은 그 나이가 넘어가면 성격이 과격해져서"라는 글을 붙인 사람도 있었다. 올해 쉰다섯 전후일 전 박사도 이마뉴엘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100세 시대, 인생 이모작 같은 말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번 잘 살아야지 무슨 이모작씩이나…"라고 자기 글 맨 마지막에 써놓았다.

   
▲ 톰 행크스 주연 영화 '그린마일'.

전 박사의 글과 여기에 붙은 댓글들을 읽다보니 영화와 책 몇 권이 떠올랐다. 영화는 톰 행크스가 주연한 '그린마일'이다. 교도소 간부로 사형집행도 많이 지켜보았던 톰 행크스는 어찌어찌하여 죽지 않는 사람이 되는데, 영화 마지막에 "죽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는 죽지 않는 사람만 알 수 있다"고 한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 주인공은 "사십년 이상 산다는 것은 점잖지 못하고 속되고 부도덕한 일!"이라고 말했고,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앞 페이지에는 예순 번째 생일날 아침에 "늙어서 죽기는 싫다"는 내용의 유서를 써놓고 세상을 떠난 사람 이야기가 있다.

슈퍼 리치들이 수명연장을 꾀하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연암 박지원의 글 한 토막이 생각났다. 연암은 자신 같은 선비들을 "우리 족속들이야 냄새나는 가죽부대 안에 채워 넣은 글자가 남들보다 몇 자 좀 많은데 불과한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썼는데, 앞으로 "우리 족속들이야 냄새나는 가죽부대 안에 채워 넣은 쇠붙이가 남들보다 몇 덩어리 좀 많은데 불과한 것 아니겠습니까?"라며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는 부자들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인류는 이미 사이보그(인조인간)"라고 써놓았다. "인공관절, 인공치아, 인공 안구 등등 금속과 플라스틱이 인간의 살과 뼈를 대체한 지 오래며, 앞으로 인공물로 교체되는 장기는 더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이 대목을 읽었을 때 가죽부대에 든 쇠붙이들이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았다. 

통계청은 지난 1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성 한 명이 평생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 유일한 나라이며, 2067년이면 한국에는 일하는 사람보다 노인이 더 많아진다"고 발표했다. 전 박사의 페이스북 글을 읽은 사람 중에는 "너무 오래 살지 말아야 할 이유에 이 통계도 포함시켜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그때가 되기 전에 세상을 뜨게 돼서 다행"이라고 '오싹한 안도'를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숭호 칼럼니스트·전 한국신문윤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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