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황의조(27·지롱댕 보르도)가 없었으면 한국대표팀은 큰 망신을 당할 뻔했다. 역시 그는 '벤투호 황태자'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 밤 10시 30분(한국시간)부터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조지아와 친선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조지아가 비록 유럽팀이라고는 하지만 유럽축구 변방국이고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도 한국보다는 57계단이나 아래(한국 37위, 조지아 94위)인 팀이다. 이런 팀을 상대로 한국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졸전을 벌였고, 졌어도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

그나마 무승부로 끝낼 수 있었던 것이 혼자 두 골을 터뜨린 황의조의 골 결정력 덕이었다.

황의조는 이날 선발 출전하지 않고 벤치에서 시작했다. 선발 투톱은 손흥민과 이정협이었다. 그러나 전반전 한국은 잦은 패스미스와 조지아의 압박에 밀리며 빌드업이 전혀 되지 않아 0-1로 뒤졌다.

벤투 감독은 후반 들면서 3명이나 교체했는데, 공격진에 변화를 준 것이 이정협 대신 황의조를 투입한 것이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황의조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후반 2분도 채 안됐을 때 황의조의 동점골이 터졌다. 황의조의 첫 번째 볼 터치가 골로 연결된 것이다. 

사실 이 골은 오프사이드였다. 손흥민이 문전으로 날카로운 크로스 패스를 했을 때 황의조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부심이 이를 못봤고 그대로 골로 인정됐다. 그렇다 해도 순간적으로 골문 앞으로 뛰어들어가 자리를 잡고, 손흥민의 질 높은 패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한 황의조의 능력만큼은 충분히 돋보였다.

후반 40분 역전골도 황의조가 넣었다. 이동경이 우측에서 반대편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김진수가 이 볼을 헤딩으로 문전으로 보냈다. 어느새 골키퍼 앞에 자리를 잡고 있던 황의조가 머리로 재빨리 받아넣어 또 골을 뽑아냈다. 역시나 황의조의 골 감각이 빛난 장면이었다. 다만, 황의조의 두 골로 잡은 역전 리드를 경기 막판 조지아에 동점골을 허용(이 골도 오프사이드였다)하며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손흥민이지만 벤투호의 황태자는 역시 황의조다. 이날 2골로 황의조는 벤투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A매치 9골을 기록했다. 최근 3경기 연속 골 행진이다.

한국대표팀 간판 골잡이 위치를 재확인한 황의조, 앞으로 더욱 할 일이 많다. 벤투호는 10일 투르크메니스탄과 경기를 시작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대장정에 돌입한다. 프랑스의 지롱댕 보르도에 입단하며 활동 무대를 유럽으로 옮긴 황의조가 더 큰 선수로 성장하면 대표팀은 그만큼 더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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