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은 손해율에 직격타…하반기 실적 악영향 전망"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태풍 '링링'이 역대급 강풍을 예고하며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거대재해 대책반을 꾸리는 등 일제히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손보업계는 만반의 준비를 끝냈지만 태풍과 폭염 등 자연재해에 민감한 손해율이 또 한 번 요동치게 될지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만 따져보았을 때도 손보사들의 손해율이 전년에 비해 급등했기 때문에 태풍 링링의 한반도 강타 후 손보사들의 곡소리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연합뉴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NH농협손해보험은 태풍 링링 북상에 대비해 '거대재해 대책반'을 꾸렸다. 약 30만 농가가 농협손보의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돼 있는데, 이번 태풍으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농협손보는 손해평가 인력 4000여명을 태풍 진로에서 가까운 전라·충청도 지역에 중점 배치해 벼, 원예시설, 과수의 피해 조사와 보상을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농현손보 뿐만아니라 전체 손보사들은 오는 8일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과 '24시간 민관 합동 비상대응체계'를 운영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내 둔치나 저지대 등 침수되기 쉬운 곳에 주차된 차량을 발견하면 차량번호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

여기에 가입된 손보사들은 자사의 계약 차량인지 확인하고, 차주의 동의를 얻어 안전한 곳으로 긴급 견인한다.

손보협회는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에 주차를 자제하고, 긴급견인 요청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침수 도로로 다니지 말되, 운행 중 도로에 물이 차면 시속 10∼20㎞로 통과할 것을 당부했다. 또 물에 잠긴 채 멈췄다면 시동을 걸지 말고 대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제적 대응에 나선 손보사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이번 태풍으로 손해율 급등까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손보사들의 하반기 실적에 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상반기 국내 손보사들의 총순익은 1조48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19억원(29.5%) 가량 줄었다. 이는 보험금 지급 관련 손해액이 증가하는 등 보험영업에 따른 손실이 지난해 상반기 1조1132억원에서 올 상반기 2조2585억원으로 2배 이상 커진 결과다. 

특히 자동차보험 적자 규모는 정비요금 인상 여파에 원가가 크게 오르면서 지난해 상반기 3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184억원으로 135배 가량 급증했다.

여기에 삼성·현대 등 5개 대형 손보사의 지난 6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2~90.0%로 집계됐다. 이는 손익분기점인 적정손해율 77%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손보사들의 실적은 매년 악화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손보업계의 총순익은 3조2373억원으로 1년 새 719억원(17.8%) 줄었고, 보험료 인하와 폭염 등에 따른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영업손실 규모는 1조7223억원에서 3조1090억원으로 1조3867억원(80.5%) 늘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의 손해율이 급등하고 있는 와중 이번 태풍은 하반기 실적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3년 9월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매미’는 4만 대가 넘는 차량 피해로 911억원 규모의 피해를 끼친 바 있으며, 2016년에도 태풍 ‘차바’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며 525억 원의 피해를 입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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