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옵션 항목 16개·비용 7000만원대 등장
시공사 수익성 제고 위한 '꼼수 분양' 우려
"품질 저하 우려·합리적 분양가 나와야"
   
▲ 경기도 A 모델하우스 내부(기사 내용과 무관)./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손희연 기자]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발표와 더불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통제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청약' 단지들이 대거 나오면서 청약 열풍이 일고 있다. 

다만 분양 단지마다 발코니 확장 비용, '마이너스 옵션' 등 유상옵션 항목과 금액이 늘어나면서 '싼 게 비지떡'이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공사가 저렴한 분양가에서 얻지 못한 수익을 유상옵션 항목과 금액을 늘려,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구조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청약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분양 단지에서 1000만원대 발코니 확장 비용과 마이너스 옵션 등 유상옵션 항목과 금액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평균 분양가는 낮아졌지만 유상옵션이 늘어나면서 실제 계약 과정에서 수분양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 심화로 그동안 무상으로 제공되던 옵션이 유상옵션으로 변경되고 있어서다.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제2장3조에 따르면 별도의 유상옵션으로 제공할 수 있는 품목으로는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붙박이 가전제품(쿡탑, 냉장고 등), 붙박이 가구(옷장, 수납장 등) 등이 있다. 그동안은 통상적으로 발코니 확장을 하면 붙박이 가구 등은 무상으로 제공, 고급 자재만 유상으로 선택하게 하는 식이었지만 최근 유상옵션 항목이 늘어나는 추세다.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의 경우 발코니 확장, 원목 마루, 붙박이장, 수납장 등 유상옵션 항목이 16개에 달한다. 전용면적 84㎡C타입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다 합치면 7000만원을 넘어선다.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84㎡A 기준으로 발코니 확장 비용(1400만원), 시스템 에어컨 3대, 현관 중문 등 모든 유상옵션을 선택하면 62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분양단지 마다 다르게 책정되는 발코니 확장 비용도 턱 없이 높다는 시각이다.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84㎡) 발코니 확장 비용은 최대 2050만원,  지난 5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명륜 2차'(84㎡)는 2400만원 대로 설정됐다. 

발코니 확장 비용의 경우 지난 2008년 정부가 ‘발코니 확장 표준 비용안’을 통해 전용면적 85㎡ 아파트 확장(거실, 침실3, 주방) 비용은 1139만~1291만원 선이 적당하다는 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시공 재료의 품질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어 의미가 없다는 평도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HUG 기준에 맞춰 예상했던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책정되다 보니, 분양가에서 못 얻는 수익성을 옵션 비용과 항목을 늘려 얻는 것이다"고 전했다.

정부의 고분양가 통제를 받는 시공사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유상옵션 항목과 비용이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유상옵션을 늘려 기본형 품질을 낮추는 게 일반화되면 아파트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분양가가 저렴하게 책정될수록 그만큼 유상옵션으로 마진을 남기려는 시공사가 늘어나 품질 저하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시공사와 수분양자 간의 합리적인 분양가격이 책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기본 건축비 항목 등 설계와 품질에 합당한 가격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