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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의 내로남불과 반구저기(反求諸己)
가족 둘러싼 의혹에 대부분 "모른다"…잘못된 원인 자신에게서 찾는 게 정상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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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09-08 09: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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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현 정부 들어 국민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유행어가 '내로남불'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자성어로(四字成語) 굳어진 이 단어는 1996년 여당인 신한국당의 박희태 의원이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를 향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는 의미로 '내로남불'이라고 응수한 것이 그후 적반하장, 아전인수의 행태를 비판하는 용어로 전국민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청문회제도가 없었던 1993년 김영삼 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으로 임명되었다가 딸의 대학 특례입학 문제로 취임 10일만에 장관 자리를 물러났다. 미국 출생의 딸이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가 대학입시에 앞서 한국 국적을 버리고 외국인 신분으로 이화여대에 특례 입학하였던 것이다. 

당시의 법으로는 위법은 아니고 편법이었지만 그는 대통령의 개혁 의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사퇴했다. 거짓말, 궤변, '모르쇠'로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놓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행위들이 위법은 아니라며 버티는 후안무치의 장관 후보와 비교된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의 내로남불

이번 사건의 진상이 하나씩 밝혀져 가며 이제는 분노를 넘어 점입가경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다. 법무장관 후보와 그 가족들이 관련된 내로남불 사례들은 여기에 세세히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여야간 조국 후보에 대한 국회청문회 일정과 방식에 대해 대립이 계속되던 상황에서 돌연 그를 국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까지 하도록 주선한 여당이나 그런 기자회견을 통해 의혹이 대부분 해소되었으니 장관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대통령의 후안무치 또한 가관이다. 우선, 조국 후보의 기자회견 이후 주요 일간지의 헤드라인들을 살펴보면 이 사건의 윤곽이 드러난다.

-한밤까지 50차례 '나는 몰랐다', 靑 '조국 의혹 설명됐다' 임명 강행 움직임, 조국펀드 '와이파이 사업권 따낸 뒤 매각' 사전 설계 (이상 9월 3일)

-文대통령 조국 임명 수순 돌입, '조국펀드 투자사' 서울 전철 이어 전국 버스 와이파이 사업 따냈었다, 웰스씨앤티 회계장부 '조국펀드 스모킹건' 부상' (이상 9월 4일)

-조국 아내, 총장에 전화 '딸 표창 거짓해명' 요구, 간담회 끝나자 與 셀프 여론조사로 '조국 방어', 조국 딸 '억울한 게 많지만, 나는 멘털 중무장 상태' (이상 9월 5일)

-'병리학회' 조국 딸 논문 취소, 與 동양대 최성해 총장에 '태극기 부대, 극우적 사고' 맹비난, 조국, 동양대 총장에 '딸 표창장 거짓 증언' 종용 (이상 9월 6일)

-서울법대 인턴 중 고교생 없어…조국 딸 증명서 가짜, 우간다·몽골 해외봉사…조국 딸은 명단에 없어, [사설] 조국씨 거짓말 그만하고 증거인멸 피의자로 수사 받아야, 靑, 검찰에 '미쳐 날뛰는 늑대'… 경찰은 조국 딸 신변보호, 이래도…文대통령, 조국 임명 검토 (이상 9월 7일)

이런 와중에 조국 후보와 서울법대 동기인 현직 고검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조국 후보는)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용납하지 못하는, 무오류성에 대한 자기 확신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며 "이런 점에서 보면 올바른 법률가가 아님은 물론 법무 행정을 맡을 자격 역시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이런 태도를 지닌 사람이 법무부장관의 자리에 가서, 자신이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법무행정을 지휘한다면, 그가 초래할 악영향은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라고 우려했다.

이쯤 되면 조국 후보가 다른 장관도 아닌 법무장관을 하겠다고 나선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그럼에도 온 국민의 분노와 선후배, 제자들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짓과 궤변으로 버티고 있는 사람이나 그런 인물을 끝까지 장관에 임명하고 말겠다는 임명권자의 아둔한 고집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자고로 사람은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 살아남는다. 이런 기본을 망각한 내로남불의 집단이 끌고 가는 이 나라의 장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종료를 앞두고 소회를 밝히던 중 눈을 감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지지자들의 내로남불

검찰의 조국 후보 관련 압수수색 직후 조국 지지자들이 윤 총장 앞으로 엿 상자들을 소포로 보내며 주문내역서에 '조국수호', '정치검찰 아웃' 등의 글을 올렸다고 한다. '엿 먹어라!'라는 조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국회청문회 증인 채택을 거부하면서 최 총장이 "태극기 부대", "극우적 사고"라는 등의 주장을 했다. 이게 조국 지지 집단들의 민낯이고 수준이다.

이번 조국 후보의 극단적인 '내로남불'이나, 그럼에도 그를 기어이 장관에 임명하겠다는 집단의 후안무치를 보면 조국 후보 개인뿐 아니라 이 정권 실세 집단의 법과 도덕에 대한 인식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옥을 예약한 사람들'이란 칼럼을 통해 이번 조국 후보 사태와 관련해 "조국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철저한 침묵은 '범법자라야 법을 잘 수호할 것'이라는 그의 소신을 반영하는 것일까?"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운운하며 정권 교체에 앞장섰던 사람들이나 그 추종자들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기껏 엿이나 태극기부대 운운할 게 아니라 이제는 문재인·조국 '권력공동체 타도' 정도의 구호를 외쳐야 하는 것 아닌가?

고급 포장의 값비싼 식품도 상하면 미련을 접고 버려야 탈이 나지 않는다. 상한 식품도 문제지만 그 걸 밥상 위에 올리겠다고 고집하는 사람이 더 문제다. 그 때문에 온 식구가 식중독으로 죽어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구저기(反求諸己)

맹자(孟子) 이루장구(離婁章句) 상편(上篇) 4章에 "行有不得者, 皆反求諸己, 其身正而天下歸之(행유부득자, 개반구저기, 기신정이천하귀지)"라는 구절이 있다. 사자성어 '반구저기(反求諸己: 잘못을 자신에게 찾는다)'의 유래가 된 이 구절은 "행하여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거든, (그 원인을) 모두 자신에게서 찾아야 할지니, 자기 자신이 바르면 천하가 돌아온다."라는 의미이다.

며칠 전 통일부 차관이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脫對協) 전체 회의 석상에서 북한이탈주민 한씨 모자 사망사건 관련 발언 중 '反求諸己'라고 적힌 사자성어 쪽지를 들어 보였다. 그 의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 쪽지를 요즘 온 국민을 심란(心亂)하게 만들고 있는 조국 법무장관 후보에게 들이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조국 후보 사태는 현 정권 권력자들의 내로남불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국 후보와 그 일가의 위선과 부도덕, 불법, 편법 의혹들에 대해 온갖 궤변으로 옹호하려는 이 나라 지도자급 지지자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인지장애자 또는 인격장애자들을 보는 느낌마저 든다. 이들이 수시로 써먹는 엉뚱한 여론조사 결과 발표나 인터넷과 SNS를 통한 여론 조작 등으로 국민을 속이던 수법도 이번 조국 후보 사태로 인해 그 위력을 잃게 될 것이다.

조국 후보 일가의 비리 의혹과 몰염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나라를 걱정하는 비판의 소리가 하늘을 찌르며 국력을 쇠(衰)하게 하고 있다. 조국 후보 일가에 대한 의혹들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위뉴스임을 따지기 이전에 온 나라에 이런 추문과 의혹을 불러일으킨 당사자들이야말로 '반구저기'의 뜻을 음미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조국(祖國)을 지켜라

'남북대화'와 '평화통일'이란 덫에 갇혀 지금은 거의 잊혀져 가고 있는 '6.25 노래'의 노랫말(박두진 시인 작사) 1절에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이란 대목이 있다. 사단법인 대한민국통일건국회 로고에는 "짧은 인생을 영원한 조국에"란 가슴 찡한 문구가 들어 있다.

'조국(祖國)'이란 단어는 어린 시절부터 오랜 세월 동안 '애국'(愛國)이란 단어와 함께 심금을 울리던 단어다. 요즘 하필 이와 같은 발음의 이름을 가진 장관 후보가 등장해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이 단어가 고생을 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뭐라 해도 맘 먹은 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집권자의 특권이고 권력의 꿀맛인지 모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정치판에 줄 서고 한 번 거머쥔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온갖 꼼수를 다 부리다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대통령과 여당은 조국(曺國)을 방어하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이미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엉클어뜨려 놓은 국정의 실타래를 풀어가며 조국(祖國) 방어에 혼신을 다해야 한다.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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