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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전자, 대한민국에 있기 너무 아깝다
정부, 기업 위해 하는 일이라곤 '규제' 뿐
범죄자 취급 받으며 한국에 있을 이유 없어
승인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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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09-09 10: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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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독일 베를린/조우현 기자]10여년 전 유럽의 한 국가에서 유학을 한 지인이 있다. 대한민국 발전사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그녀는 세계 속의 한국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그나마 위안이 됐던 것은 휴대폰으로 전 세계를 재패한 삼성이라는 존재였다. 그러나 휴대폰을 구입하러 들어간 가게 직원이 삼성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또한번 좌절했다고 했다. 

“어떻게 삼성이 한국 기업일 수 있냐”며 일본 기업이라고 우기더라는 거다. 삼성은 최고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를 우습게 안 결과다. 자신이 팔고 있는 휴대폰이 어디에서 만들여졌는지도 모르는 그의 언행에 기가 막히면서도 한국의 위상(?)을 다시금 체감한 그녀는 설득을 단념했다. 항간에 떠도는 말에 의하면 삼성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라는 점을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브랜드 제품 자체로 승부를 건 거다. 

다만 그렇거나 말았거나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창출한 부가가치는 어마어마하다. 한국이 삼성에 고마워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삼성을 감당할만한 국력이 우리에겐 없는 것 같다. 여기에서 국력은 국내총생산(GDP) 수치나 한류 붐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민도 문제다. 요 몇 년 사이 일어난 일들을 복기해 보면 아직 우리의 민도는 기업의 그것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지 싶다. 

   
▲ 'IFA 2019' 삼성 부스에 전시된 갤럭시 폴드를 체험하기 위해 몰린 관람객들 /사진=미디어펜


삼성이 한국 기업이 아니라고 우긴 휴대폰 가게 주인의 착각이 허무맹랑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대통령이 기업에 특정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요하는 것이 가능한 분위기부터 바람직하지 못하다. 더 난감한 것은 대통령의 요청을 수락한 뒤끝이 어떨 땐 정경유착으로 낙인찍혀 뇌물죄에 걸리고, 어떨 땐 국가 경제를 위해 반드시 해야 될 일로 포장이 되기도 하는 일관성 없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하자니 후폭풍이 두렵고, 수락하자니 훗날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사회에서 어떻게 경영활동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최근 ‘감옥에 다시 가니 마니’ 논란이 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풀어야 할 난제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 와중에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삼성이 신기할 따름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를 찾은 관람객들이 ‘갤럭시폴드’를 만져보겠다고 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삼성은 한국 기업으로 남기엔 너무 아까운 기업이다. 정부가 기업을 위해 하는 일이라곤 규제로 옥죄는 것밖에 없는 나라에서 무슨 희망을 찾겠는가. 거기에다 기어코 이 부회장을 감옥에 보내야 직성이 풀릴 것으로 보이는 이들이 기득권 곳곳에 포진돼 있는 대한민국이다. 세계 시장에서 위상을 떨치고 국내에서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삼성이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한국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삼성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차라리 해외로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일 거다. 물론 삼성이 정말로 한국을 떠나게 되면 국가 경제는 휘청하겠지만 삼성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왜 그렇게 괴롭혔냐는 원망도 불필요하다. 그런 삼성이 자신들을 인정해주지 않는 대한민국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만약 삼성이 대한민국을 떠나는 날이 온다면 아쉬운 건 삼성잡기에 혈안 된 그들이지 삼성이 아니다. 생각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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