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만능통장’으로 각광 받으며 시장에 등장했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가입자 숫자가 최근 빠르게 줄고 있다. 수익률의 비약적인 개선이 오히려 가입자들의 계좌 해지를 앞당기고 있는 모습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ISA의 수익률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6년 3월 금융당국의 오랜 준비 끝에 출시된 ISA는 예금과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각종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운용하고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소득에 비과세혜택이 주어지는 ‘만능통장’ 상품으로 각광 받으며 화려하게 시장에 등장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후 3년여의 시간이 흘러 은행과 증권, 보험사 25곳이 출시한 204개 ISA 모델포트폴리오의 지난 7월 말 기준 누적수익률은 9.79%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초고위험 상품과 고위험 상품의 경우 각각 15.77%, 12.69%로 두 자릿수 성과를 냈다. 연 수익률로 환산해도 은행 이자율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ISA의 수익률 호조는 주로 해외주식형펀드에서 비롯됐다. 최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와 미·중 무역협상 재개 가능성에 힘입어 주요국 주가가 반등하면서 해외주식형 펀드를 많이 담은 상품들의 수익률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ISA 총 투자금액은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약 6000억원 정도의 자금유입이 있었다. 지난 7월 말 현재 ISA 총 투자금액은 6조 1935억원으로 5조 6092억원이던 작년 말과 비교해 5843억원 정도가 증가했다.

그럼에도 ISA의 흥행을 ‘성공’으로 평가하는 시선은 없다. 일단 투자금액과 별도로 가입자 숫자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시 초기인 2016년 7월말 47만 7027명에 달했던 월 평균 가입자 수는 2017년 13만 305명으로 줄었고, 작년에는 7만명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올해 월평균 ISA 가입자 숫자는 5만 1935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ISA 전체 가입자 수는 212만 9367명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에만 2만 4397명이 계좌를 해지했다. 

당초 판매 종료가 예정돼 있던 ISA는 작년 말 일부 가입문턱을 낮춘 시즌2로 보완해 재탄생했지만 흥행의 흐름을 되돌려오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수익률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하는 ‘악수’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새 정부 들어 특별한 홍보의 의지조차 없어진 만큼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입 초기 일부 은행과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과도한 홍보 열기가 이제 와서는 자충수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ISA 출시 초기 상품에 대한 설명보다는 깡통 계좌라도 일단 가입시키고 보자는 금융사들의 움직임이 있었다”면서 “향후 다른 정책 상품을 기획할 때에는 ISA 사례처럼 외면적인 성과 위주의 판촉활동이 장기적으로 해로울 수 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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