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 소급 철회 요구 집회
야당, 분양가상한제 적용 '무력화 입법' 발의 나서
정부부처 간 시행 시기 놓고 입장차, 시장 혼란 우려
   
▲ 지난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소공원에서 열린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 저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총궐기대회' 참가 조합원이 플래카드를 들고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손희연 기자]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연내 중 현실화될 수 있을지 안개 속에 휩싸였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전부터 시장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 조합원들이 거리로 나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소급 적용 철회 요구에 나섰다. 이어 정치권 야당에서도 제도 무력화를 위한 법안 발의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분양가상한제의 도입 시기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하며 제동을 걸고 있어 정부 부처 간 시행 시기를 놓고 엇박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전부터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도시시민연대는 전날 세종대로 세종로소공원에서 '분양가 상한제 소급적용 저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둔촌주공, 개포1, 잠실진주 등 서울 42개 조합원과 가족 등 주최측 추산 1만100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 조합들은 조합마다 부스를 열고 분양가상한제 소급 적용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미래도시시민연대는 총궐기대회에서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시행할 때에는 1억∼2억원가량 늘어난 분담금 때문에 입주를 포기하고 집을 팔아야 하는 조합원이 생길 수 있고, 그 지분의 차익을 노리는 또 다른 투기가 일어나면서 현금부자만 더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토부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 시점을 일반주택사업과 동일한 ‘최초 입주자모집승인 신청한 단지’부터로 일원화했다.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현재 조합원 이주와 철거가 진행 중인 단지까지 소급 적용하게 돼 조합원들이 크게 반발에 나서며 재산권 침해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어 정치권에서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적용에 관한 '무력화 입법'도 나오고 있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 사업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받은 단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는 주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8일 발의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 소급 적용을 저지하겠다는 것이 법 개정의 목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재적용이 연내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부처 간 시행 시기를 놓고 입장차이를 보이면서 엇박자가 나고 있어서다.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 여건이나 거래·가격 동향 등을 고려해 시행을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10월 초에 바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는 강력한 효과도 있지만 공급 위축 등의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김 장관과 도입 시기에 대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10월 이후 실시될 것으로 예상됐던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적용 시기가 불투명해지다보니 시장 곳곳에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0.03%(2일 기준)보이며 10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10년 이하 신축 아파트값이 강세다. 분양시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 밀어내기식 분양이 늘어난 가운데 공급 축소를 우려한 예비 수요자들이 서둘러 청약에 나서면서 청약 광풍이 불고 있다. 지난 5일 진행된 서울 송파구의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은 1순위 접수에서 평균 54.93대 1, 최고 4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도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불안정한 심리만 반영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규모 공급 물량이 서울에서 나오지 않는 이상, 분양가 상한제는 단기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킬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집값을 낮추는 데는 크게 효과가 없고 오히려 거시경제 자체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 내에서는 무주택자가 신규 아파트 분양을 선호하게 되면서 주택 매매 대기수요가 늘고 전셋값이 오르는가 하면 공급 위축으로 인해 향후 부동산시장이 불안정한 심리가 더 반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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