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 등 불확실성 점차 확대…공격보다 보수적 경영 전략 가능성↑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불확실성의 늪에서 신음하고 있는 재계가 2020년 경영전략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미·중 ‘경제전쟁’과 일본의 ‘무역 규제’ 등 사방에 널린 지뢰밭 때문에 발을 떼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외 경기 불안의 경고음이 잇달아 울리면서 기업들은 내년에 안전 경영을 최우선에 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다수의 기업들이 추석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2020년 경영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와 연구개발(R&D), 고용 등 큰 틀을 마련할 예정이다.

   
▲ 서울 광화문 일대 /사진=연합뉴스

올해부터 기업들의 경영 화두로 떠오른 ‘불확실성’은 내년에도 강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내외 여건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은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다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양국은 추가 관세로 맞불을 놓으며 서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다음 달 초 워싱턴 D.C에서 재개하기로 한 고위급 무역 협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중 갈등 깊어질수록 전 세계 경제에는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양국 경제 전쟁의 악영향을 잇달아 경고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발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분쟁 심화는 중국이 위기를 맞는 ‘티핑 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지난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미중 패권전쟁과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서진교 KIEP 선임연구위원은”(미·중 정상이)통상마찰의 조기봉합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전략상 2020년 미국 대선까지 끌고 갈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미중 패권경쟁은 2020년 대선결과에 관계없이 그 이후까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장기관점에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우리 경제에도 부담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기업들 역시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도 기업들에게는 불안 요소다. 일본이 지난달 28일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대부분 산업에 규제가 가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향후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지스트·고순도불화수소) 이외에 공작기계, 탄소섬유, 자동차 배터리 등이 새로운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보복 강도를 높이면 우리 기업들의 경영 압박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등 수출규제 영향’에서 51.6%의 기업이 악영향을 예상했다.

여기에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기업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최근 민간경제연구단체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존전망치(2.5%)에서 0.4%포인트 내린 2.1%로 전망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은 2.2%에서 1.9%로 내렸다. 경제가 경기 둔화와 고령화 속 디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당분간 기업들은 대규모 자금 집행이 필요한 신규 투자와 R&D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래 시장을 겨냥한 신사업 추진의 우선순위가 밀릴 가능성이 있다. 기존 사업계획 추진도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경영 환경이 너무 불투명하다. 미국과 중국, 일본까지 고려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다”며 “내년도 경영 계획이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공격 보다는 방어 위주의 전략을 세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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