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저단가 영업 중…단가 인상으로 물량 빠진 탓”
택배 평균단가 2229원 '최저'…매년 하락세
   
▲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에서 직원들이 배송지별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권가림 미디어펜 기자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국내 택배시장 전체 물동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나날이 덩치를 키워 나가고 있다. 반면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오르는 상황에서 택배 단가가 매년 바닥을 치며 택배업계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지 오래다. 업계 맏형 CJ대한통운은 27년 만에 택배 단가 인상 물꼬를 텄지만 이 마저도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달 발의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 ‘적정단가 보장’ 관련 제도가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3월 단가 인상을 단행했으나 현장에선 좀처럼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택배기사 A씨는 “단가를 올리자 화주들의 변심으로 물량이 빠져 다시 내렸다”며 “업계 맏형 대한통운의 단가 인상으로 2·3위 한진, 롯데도 내심 기대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한국서 택배 단가 인상을 현실화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일깨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신판가 테이블은 유지하고 있지만 각 구역마다 경쟁이 치열해 현장 택배기사들이 저단가 영업을 펼치며 가격을 조정한 것”이라며 “택배 기사는 개별 사업자들인 만큼 회사 측에선 단가 인상을 권장할 뿐 저단가 영업을 제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 27년 만에 처음으로 택배 단가 인상을 단행했다. 박스당 전년 동기 대비 약 4~5% 오르며 평균 단가는 1911원에서 2000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택배 운임 상승으로 화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2분기 물량 증가율은 5%로 둔화됐다. 이는 지난 3년간 CJ대한통운의 택배 물량 연평균 상승률인 18%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시장 평균 성장률 7.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운임 인상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의 단가 상승률은 올해 4%에서 내년에는 2%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중국 택배 단가는 한국 보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한국은 이미 ‘초저가’에 익숙해진 데다 유통사들이 너도나도 자체 물류센터를 구비하며 경쟁이 치열해져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이 아닌 이상 단가를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 국내 택배시장 평균단가 추이. /사진=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제공


국내 택배 단가는 매년 하락세를 걷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택배 단가는 1997년 4732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6년 2318원, 2017년 2248원, 지난해 2229원까지 떨어졌다. 전체 물동량이 역대 최대치인 25억4000만 상자로 집계된 것과 상반된 상황이다.  

이처럼 물동량은 늘어났지만 단가가 추락하며 택배사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CJ대한통운의 상반기 택배부문 영업이익은 240억원으로 전년 동기(310억원)보다 줄었다. 상반기 매출은 1조25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늘었지만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 부문은 2분기 영업손실 65억원을 냈다. 한진은 6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적자는 면했지만 그간 1%대의 영업이익률로 바닥을 기고 있었다. 

지난 달 2일 생활물류 수요에 대응해 법·제도를 정비한다는 취지로 발의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 단가 관련 제도가 포함돼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택배산업 덩치가 커지며 생활물류법이라는 이정표가 만들어졌지만 정작 ‘적정단가 보장’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택배 단가가 정상적으로 책정되면 가격경쟁 중심이 아닌 서비스경쟁으로 이어지며 소비자가 얻는 이익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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