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현대상선 유류비 3701억 ‘부담’
IMO2020 시행 후 저유황유 가격 기존 연료 대비 50% ↑
"선박 공급 과잉…유가 인상분, 운임에 전가 쉽지 않아"
   
▲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시설 피격으로 유가가 급등하며 유류비가 매출원가 중 화물비, 용선비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해운업계는 수익에 타격을 입을까 긴장하는 눈치다. /사진=현대상선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시설 피격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유류비 지출이 수익과 직결되는 해운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 강화에 대한 방안 중 하나인 저유황유를 사용할 경우 유류비는 더 크게 증가해 해운업계로서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화주 중심 시장인 만큼 유가 인상분을 운임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아 사태가 장기화되면 유류할증료 도입이 강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상선이 연료유류비에 지출한 비용은 3701억원에 이른다. 이는 매출 대비 15% 수준이다. 

상반기 2185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점을 고려하면 유류비는 적지 않은 비중이다. 

‘드론 테러’로 시작된 유가 급등을 해운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설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의 가동이 멈추면서 16일(현지시간) WTI(서부텍사스유)는 전거래일 종가 대비 14.7% 넘게 오른 배럴당 62.90달러에 거래 중이다. 

해운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유류비 비중은 20%대로 유가 상승은 해운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해운 산업의 제조원가는 1.1% 상승 압력을 받는다.  

현대상선의 경우 물동량 증가로 인해 영업적자 폭이 줄고 매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높은 유가에 따른 유류비 부담과 부진한 운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연료유 구매에 7386억원을 쓴 현대상선은 57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박 공급 과잉으로 해운사간 저가 운임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라 유가 인상분을 운임에 전가하기 어렵다”며 “유가가 오르면 운임이 따라 오르기도 하지만 수급불균형이 지속되고 있어 유가 인상분이 운임에 다 반영될 수 있을지도 장담 못 한다”고 말했다.  

‘IMO 2020’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점도 해운업계가 유가 방향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다.

IMO는 내년 1월 1일부터 선박 연료에 포함된 황 함량 비중을 현재 허용기준인 3.5%에서 0.5%로 낮추는 환경규제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모든 선박은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황 성분을 자체적으로 제거하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저유황유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이 해운업계의 목을 조르게 된다. 

이 관계자는 “IMO가 본격 시행되면 저유황유 가격은 고유황유 등 기존 연료유보다 50%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선사들이 감당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어서 용선료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물동량 감소 우려가 공존해 유류 인상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례 없는 규모의 단일 원유생산 시설 가동 중지로 인한 원유 생산량 및 거래 감소는 벌크선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유류할증료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는 유류할증료가 정착화 돼 있는 반면 해운업계는 수요자(화주)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간 지 오래여서 선사와 화주가 부담은 나눠 갖는 방안은 유명무실했다”며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유류할증료 도입이 이어질텐데 화주들이 이를 거부할 수도 있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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