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우리금융이 지난 6일 4000억원 규모의 원화 후순위채권(조건부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하며 자본확충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올해만 2조원을 확보한 손태승 체제의 우리금융이 과연 대형증권사 인수에도 성공할 것인지, 그 경우 업계 판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업계 시선이 집중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가 자본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6일 4000억원 규모의 원화 후순위채권(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성공시켰다. 이번에 발행된 채권은 8년물 1000억원과 10년물 3000억원이다. 지난 6월에 발행된 후순위채 보다 1000억원 많다. 발행금리는 만기 8년물 2.13%, 만기 10년물 2.2%다. 

   
▲ 사진=연합뉴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7월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 발행도 성사시켰다. 최근 들어 자본확충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BIS 비율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1.10%였다. 올해만 총 1조 2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기 때문에 자본증가에 대한 상승요건으로 BIS 비율은 0.4%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올해 4분기에도 추가적인 자본확충을 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충분히 대비하기 위해 손실흡수 능력을 미리 키워두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만약 오는 4분기에 후순위채권 발행이 추가적으로 이뤄진다면 우리금융지주의 올해 자본확충 규모는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의 시선은 우리금융의 다음 행보에 쏠리고 있다. 손 회장은 올해 초 우리금융지주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적당한 매물만 있다면 규모가 큰 회사라도 조인트 투자를 통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업계 안팎에선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최근의 자본확충은 BIS비율 관리 측면에서도 이해가 되지만 증권업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수가 된다. 만약 우리금융이 대형 증권사 인수에 나선다면 충분한 여유자금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자본확충은 필수적인 ‘사전정지작업’이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 체제의 우리금융은 현재 ‘비은행부문 강화’라는 테마에 맞춰 상당히 속도감 있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면서 “예상을 깨고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해 지분투자를 한 것처럼 증권사 인수에 나선다면 증권업계 판도도 지금보다 한층 역동적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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