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정후(21·키움 히어로즈)가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시나리오를 하나 받았다. 그 결말은 아버지 이종범(LG 코치)의 기록을 넘고, 200안타를 달성하고, 최다안타왕에 오르는 것이다. 이정후는 이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을까.

이정후는 17일 열린 대전 한화전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첫 안타가 극적이었다. 키움 타선은 이날 한화 선발투수 채드벨에게 꽁꽁 묶여 7회초 2사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하지 못하고 있었다. 채드벨의 퍼펙트 행진을 저지한 것이 7회초 2사 후 이정후가 친 유격수 쪽 내야안타였다. 이후 이정후는 9회초 2사 후 한화 마무리 정우람으로부터 우전안타를 때려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0-1로 패한 이 경기에서 키움은 총 3안타에 그쳤고, 그 가운데 두 개를 이정후가 뽑아냈다.

   
▲ 사진=키움 히어로즈


이날 2안타를 보태 이정후의 시즌 안타 수는 189개가 됐다. 이제 이정후의 앞에는 몇 가지 주요 이정표가 놓여져 있다. 

196안타. 아버지 이종범이 해태 시절이던 1994년 최다안타왕에 오르며 기록한 안타 수다. 당시엔 팀당 126경기를 치를 때여서 144경기 체제의 지금과 비교하면 이종범의 기록은 훨씬 가치가 있다. 어쨌든 이정후가 아버지의 기록을 넘어선다면 한국프로야구사의 진기록이 된다.

200안타. 타자들에게는 꿈의 목표와 같다. 정교함을 갖춘 역대 강타자들이 숱하게 도전했으나 지금까지 200안타를 달성한 선수는 이정후의 팀 선배인 서건창(2014년 201안타) 단 한 명뿐이다. 이정후가 21세의 젊은 나이에 이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최다안타왕. 달콤한 열매와 같은 타이틀이다. 이정후는 데뷔 시즌이던 2017년 신인왕에 오르며 이미 굵직한 타이틀을 하나 따냈다. 지난해 3할5푼5리의 고타율을 기록하고도 김현수(LG, 0.362)에 뒤져 수위타자를 놓쳤던 이정후는 데뷔 3년차에 안타왕 타이틀을 바라보고 있다.

이정후는 앞으로 7개의 안타를 보태면 이종범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고 8개면 추월한다. 11개의 안타를 더 치면 200안타다. 200안타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최다안타왕에는 오를 수 있다.

문제는 잔여 경기 수. 돔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키움은 가장 많은 140경기를 소화했다. 이제 4경기밖에 안 남았다. 이정후가 아버지를 넘어서려면 매 경기 2안타씩은 쳐야 하고, 200안타를 달성하려면 매 경기 3안타씩 때려야 한다.

결코 쉽지 않다. 이정후는 최근 4경기에서 4안타밖에 치지 못했다.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정후의 타격감이 가장 좋았던 지난 6일~11일, 4경기에서 무려 13개의 안타를 양산했다. 4안타 경기만 두 차례 있었다. 

키움이 띄엄띄엄 경기를 치르는 것도 걸림돌이다. 키움은 20일 SK, 24일 KIA, 27~28일 롯데전을 남겨뒀다. 타격감을 유지하기가 만만찮은 일정이다.

최다안타 타이틀도 보장된 것은 아니다. 두산 페르난데스가 179안타로 이정후에 10개 뒤져 있긴 하지만 두산은 아직 11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페르난데스에 따라잡힐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정후는 2019시즌에도 위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결말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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