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매각 가이드라인, 국내외 상업적 투자자에 부정적 메시지보내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서울시가 중심을 제대로 잡았다. 박원순시장이 서울시와 1000시민, 한전, 매입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개발 방안을 제시했다. 사업시행 시 혼선과 차질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서울시가 3일 한국전력의 서울 삼성동 본사부지 매각과 관련해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한전의 입찰방식대로 매각이 강행될 경우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단 1원이라도 많이 써낸 입찰자에게 소유권을 넘겨줄 경우 자칫 제2의 용산개발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 가이드라인은 상업적 목적의 개발을 최대한 배제하고, 공공성과 조화된 실수요목적의 개발방향을 분명히 천명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박원순시장이 제시했던기본 개발계획, 즉 국제교류복합단지 조성계획은 수정되지 않을 것임을 재차 강조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과 분양 등 상업목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배제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더 나아가 국내외 개발업자가 비싸게 땅을 사들인 후 수익성확보를 위해 서울시에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불응할 것임을 명확히 밝힌 것도 중요한 지침이 되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주목되는 것은 개발방향과 용도지역변경과 용적률 상향조정, 기부채납률 등 공공기여도, 도시계획변경 등 향후 절차다. 개발방향의 경우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계획과 부합해야 한다는 점을 못박았다. 박원순시장은 재선공약에서 한전본사를 포함하여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 옛 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일대 72만㎡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박시장은 한전일대를 서울시의 미래 먹거리사업과 일자리창출, 관광한류의 메카로 조성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박시장은 보수진영으로부터 서울시경쟁력을 후퇴시키고, 일자리창출에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받아왔다. 한전일대 개발은 서울시민을 위한 50년, 100년먹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은 박시장의 최대 치적이 될 수 있다.

   
▲ 서울시가 한전부지 입찰과 관련해 공공성을 중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부동산개발과 상업목적으로 한전부지를 인수하려는 국내외상업적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서울시가 코엑스일대를 대상으로 추진중인 국제교류복합단지 조성계획과 조화를 이뤄야만 일정규모이상의 전시관 MICE핵심기능 조성, 용도변경과 용적률 상향조정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박원순시장이 최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추석절 농수산물 장터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한전 부지 개발과정에서 공공성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것도 매각과정에서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전체 부지 7만9,342㎡(2만4천평) 중 1만5000㎡ 이상의 국제업무와 MICE(국제회의·전시·박람회사업) 핵심기능이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용도를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주는 데 따라 낙찰자는 부지 면적의 40%를 기부채납하도록 했다. 용적률도 적정 개발밀도, 주변 기반시설, 개발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을 감안해 결정된다. 일반상업시설의 최대 용적률인 800%이내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인수자가 서울시의 개발방안과 일치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용적률 상향조정 등 인센티브가 축소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감안하면 국내외 부동산개발업체들이 뛰어들 지는 미지수다. 공공성과 40%의 기부채납률, 국제교류복합단지와의 연계의 조건이 자칫 적지않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동산 개발업체가 비싸게 인수할 경우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프로젝트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인허가과정에서 수익성 제고를위해 용적률을 추가적으로 높여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면 시간을 질질 끌다가 재매각한 후 철수할 수도 있다. 먹튀논란이 벌어질 소지가 있는 것.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프로젝트는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다.

한전은 매각과정에서 서울시와 최대한 협의를 해야 한다. 도시계획 가이드라인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에서 입찰자를 결정해야 한다. 그냥 땅만 팔고 나간다면 공기업의 책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 부실한 후보자나 투기적 목적의 후보자를 낙점했다가는 국가경제는 물론 서울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한전이 매각공고에서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낙찰자는 어차피 개발과정에서 서울시의 인허가와 도시계획변경 등과 관련한 인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지매입자의 재무적 투자 가능성, 부지 매입 후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난개발 방지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은 것은 향후 개발과정에서 분쟁과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용산개발 실패는 중요한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당초 31조원이 투입되는 단군이래 최대 프로젝트라는 점이 한껏 부각됐다. 투기광풍이 불었다. 재개발지역 딱지가 수억원에 거래됐다. 과열양상을 빚었다. 서울시 개발방향이 오락가락한 것도 개발차질을 부추겼다. 코레일과 시행사, 건설사간의 불협화음도 심각했다.

용산개발은 코레일소유 창정비부지 중심으로 진행됐다. 오세훈 전 시장은 서부이촌동과 통합개발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후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서울시는 다시금 용적률 상향조정을 추진하는 등 일관성이 없는 행정을 펼쳤다. 용산개발은 부동산 개발과 분양에 집착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침몰했다.

   
▲ 한국전력 삼성동 본사 전경.

한전부지 매각과 개발은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방안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울시의 도심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랜드마크가 들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성이 확보되면서도 서울시와 시너지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인수자의 재무적 안정성과 신용도, 사업추진력도 감안해야 한다. 돈만 보고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투기자본이나 시행사는 가급적 배제해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과 사업보국 경영이념, 한국경제 기여도, 글로벌경쟁력 등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1000만 서울시민들도 그런 인수자를 원할 것이다.

한전부지 일대 개발이 완료되면 서울시는 동북아도시경쟁력에서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고, 관광한류 메카로 도약하기 때문이다. 21세기는 개방화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국가간 경쟁에서 도시간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다. 코엑스일대가 국제교류복합지구로 환골탈태하면 베이징 도쿄 오사카 상하이 타이페이와의 경쟁에서 중요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수년내 해외관광객 1억명시대를 맞는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낼 수 있다. 프랑스 파리와 체코 프라하처럼 연간 1억명 관광객 유치시대를 여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한전부지는 서울시 경쟁력과 국가경제의 미래를 중시하는 실수요자가 인수하는 게 타당하다. ‘떴다방’들은 곤란하다. 서울시가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해야 한다. [미디어펜=이의춘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