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조립라인서 디젤 3종, 가솔린 4종 등 엔진 7종 혼류생산
중·소형 SUV 가솔린 선호 추세 발맞춰 1.5 터보 등 가솔린 비중 확대
[미디어펜(창원)=김태우 기자] 햇볕이 따가울 만큼 화창하고 청명한 날씨지만 다양한 오일이 섞인 기름냄새와 쇠를 깎는 굉음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컨베이어벨트와 로봇 팔 사이로 정신없이 다양한 부품들이 오고간다. 

이곳은 경상남도 창원시에 위치한 쌍용자동차의 심장이 만들어지는 엔진공장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티볼리와 함께 코란도, G4렉스턴 등을 움직이는 엔진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 쌍용자동차 창원엔진공장 조립라인 /사진=쌍용차


지난 18일 방문한 쌍용차 창원 엔진공장은 완성차 공장에 비하면 규모부터 모든 시설이 단출했다. 부지면적도 평택공장의 8분의 1 규모인 11만㎡ 수준이며 건물도 2개동에 불과했다. 직원도 생산기술직 407명에 사무관리직 76명 등 총 500명을 넘지 않았다.

이곳에서 국내 완성차 판매 3위 자동차 업체 쌍용차의 수요 물량인 연간 25만대 규모의 엔진이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더욱이 쌍용차에 필요한 디젤과 가솔린, 내수와 수출용 등을 포함해 총 7종의 엔진이 한 곳에서 만들어 진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컨베이어벨트와 작업공간, 수많은 설비와 로봇들이 빈틈없이 빼곡히 들어차 알차게 활용하고 있었다.

엔진의 주요 부품을 만드는 가공라인은 돌아보는 내내 마주친 작업 인원이 몇 되지 않을 정도로 완전한 자동화에 가까운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쇳가루와 기름 냄새가 풍기고 거대한 톱니로 금속을 깎아내는 굉음이 울려 퍼지는 원초적인 기계 공장의 분위기로 가득하지만 고된 작업 현장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부품을 깎고 다듬고 검사하는 모든 과정이 100% 자동화 돼 있으며 작업 인원은 장비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생산 품질을 체크하고 간혹 오류가 발생할 경우 조치하는 정도의 역할만 한다. 

쌍용차 창원공장은 1000개가 넘는 부품을 국내외 협력사들로부터 공급받지만 실린더 블록과 실린더 헤드, 크랭크샤프트 등 핵심 부품들은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실린더 블록의 경우 알루미늄과 주철(Cast Iron) 등 서로 다른 재질의 공용 생산이 가능해 완성차 부문에서의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런 쌍용차의 기술력은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수혈 받을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쌍용차가 한창 발전을 거듭해온 1991년 벤츠로부터 가솔린과 디젤 엔진 기술을 받아 완성된 것이다. 

   
▲ 쌍용자동차 창원엔진공장 가공라인 /사진=쌍용차


이후 비약적인 기술성장을 완성한 쌍용차는 대형세단까지 만들만큼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이런 쌍용차는 벤츠의 기술력을 베이스로 국내시장에서 3위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차량을 만들어 내고 있다. 

소형 엔진을 조립하는 1공장 조립라인으로 이동하니 더 정신이 없어진다. 

목정훈 생기보전팀 차장"오른쪽 끝에서 시작해 저 앞을 지나 'ㄷ'자 형태로 라인을 거치며 조립이 마무리된다"며 "이건 1.6 가솔린 엔진, 저건 1.6 디젤 엔진, 그리고 저쪽으로 보이는 건 1.5 가솔린 터보 GDI 엔진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꼼꼼한 그의 설명에도 공정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다. 

좁은 공간에 3개의 엔진을 만드는 복잡한 혼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이지만 쌍용차 창원공장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필요한 엔진을 만들어 내는 최고의 효율을 자랑한다. 

2공장에서 생산되는 2.0ℓ, 2.2ℓ급 중형 엔진을 만드는 2공장까지 포함하면 총 7종의 엔진을 혼류 생산하고 있다. 조립라인의 자동화율은 1공장 50%, 2공장 60%로 평균 55%에 달한다.

송승기 쌍용차 생산본부장(상무)은 "혼류생산 및 고효율 생산 체제로 최근 정비를 마무리하면서 다기종·소량생산에 적합한 유연한 생산시스템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유연한 생산시스템 덕에 '디젤엔진' 이미지가 강한 쌍용차도 최근 친환경 선호 추세에 발맞춰 가솔린 비중 확대에 나설 수 있었다. 

현재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7종의 엔진 중 가솔린 엔진은 디젤보다 많은 4종이다. 2014년 쌍용차 내수 판매량의 3.9%에 불과했던 가솔린차 비중은 지난해 30%까지 대폭 늘었다.

특히 올해는 티볼리와 코란도에 장착되는 1.5 가솔린 터보 엔진까지 합류하며 가솔린 비중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민병두 창원공장담당(상무) /사진=쌍용차


쌍용차가 2016년 4월 개발에 착수해 37개월간에 걸쳐 개발을 완료한 1.5 가솔린 터보 엔진은 경쟁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1.6 가솔린 터보 엔진에 비해 배기량은 낮지만 1500rpm에서부터 4000rpm까지 넓은 영역에 걸쳐 최대토크를 내 우수한 추월능력과 가속성능을 발휘한다.

민병두 쌍용차 창원공장장(상무보)은 "미세먼지 이슈 등 디젤엔진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디젤 위주였던 SUV 시장도 소형과 준중형의 경우 가솔린 쪽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뛰어난 성능을 내면서도 효율이 좋은 1.5 가솔린 터보 엔진을 티볼리와 코란도에 장착하며 국내외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한편 날로 커지고 있는 중소형 SUV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우수한 제품으로 어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엔진을 생산하는 공장인 만큼 품질 관리도 철저하다. 창원공장에서 내부적으로 걸러내는 불량률은 가공라인에서 50ppm(100만대 당 불량 개수), 조립라인에서 100ppm 수준이라고 한다. 조립라인은 협력사에서 만들어 보내오는 부품에서 불량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불량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내부적으로 불량 제품을 걸러내고 평택 완성차 공장으로 보내진 엔진들은 다시 검사를 실시하는 데 이때 발생하는 불량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변진수 쌍용차 생기보전팀장은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바보도 조립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불량은 받지도, 만들지도, 보내지도 말자.' 공장 내부 상단에 붙은 표어는 품질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쌍용차의 정신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