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관법, 사고 발생 시 매출 5%까지 과징금 부과
주 52시간 근무제, 일감 외주 및 고용축소 불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화학물질관리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산업안전보건법·주 52시간 근무제 등 이른바 '4대 악법'으로 중소기업 경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20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중소기업에도 적용될 화관법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감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7월 31일 화관법 적용 대상인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활한 화관법 이행을 위해 91.4%의 중소기업들은 "물질의 위험정도·사업장 규모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 등 화관법 규제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반응했다. 

유해물질 취급 공장이 충족해야 할 안전기준이 79개에서 413개로 대폭 늘어나는 등 규제 수준이 중소기업이 부담하기엔 너무나도 버겁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경영주들은 화관법 이행 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배치·설치 및 관리기준(72%)'과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점검 및 검사(71%)' 등 취급시설기준에 대해 애로를 표했다. 아울러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배치·설치·관리기준을 따를 경우 '기준 이행을 위한 신규 설비투자로 비용 부담 발생(73.4%)'과 '물리적으로 이행 불가능한 기준 적용(42.2%)' 등이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취급시설 기준 중에선 △설치비용 △잔여 공간이 없는 사업장의 방류벽 설치 문제 △관공서 별 지침기준의 통일성 부족 △영업허가기간 중 설비시설 변경 동시 진행 불가 등이 지키기 어려운 점으로 조사됐다.

화관법 취급시설 기준 이행을 위해서는 신규 설비투자로 평균 32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고, 올해 12월 31일로 정해진 화관법 적용 유예기간이 부여돼도 취급시설 기준을 준수할 수 없다는 업체가 43%나 됐다. 영업허가를 받지 못한 중소기업은 '장외영향평가서·위해관리계획서'를 주무 관청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평가서와 계획서 작성 시 컨설팅 비용과 위탁 비용, 기타 비용 등 총 981만원이 소요된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 또한 간이 장외영향평가서 역시 작성 시 570만원 가량이 든다.

그러나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사업장 매출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도 화관법에 명시돼있다. 중소기업의 규모를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화관법 뿐만이 아니다. 기존에 쓰고 있던 화학물질이 위해 물질로 판정될 경우, 해당 화학 물질을 쓸 수 없어 대체물질을 쓰도록 한 화평법도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방해 요소 중 하나다. 새로운 화학물질을 찾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해당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 명약관화 하다는 게 중론이다.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사진=고용노동부

친노동정책을 펴는 당정의 태도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정부와 여당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비정규직 김용균씨의 사례의 재발을 막겠다며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골자로 하는 산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경제단체들은 "세부요건이 미비하다"며 깊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작업중지 명령이 남발될 우려도 있고. 도급인의 책임 범위도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 않아 '이현령 비현령'식 노동행정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한솔제지 장항공장에선 계열사 직원의 사망 사건이 발생해 21일간 공장이 멈추기도 했는데, 비슷한 시기 발생한 세아베스틸 근로자 추락사고에 대해선 고용노동 당국이 작업 중지 명령을 금새 풀어주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주 52시간 근무제도 중소기업계의 시름을 깊어지게 한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50인 이상 299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을 유예기간 없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는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해 '일감의 외주'와 '고용축소'를 논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무시간 단축이 법으로 규정돼있어 고정 비용 요소인 직원을 줄이고 일감을 외부에서 받아오고 있다"며 "설비 투자 감소는 이미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정부 규제로 인해 기업의 규모만 쪼그라드는 셈이다.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 한국 경제는 단순히 경기 순환에 따른 불황이 아닌 구조조정기에 들어섰다"며 "경제성장률이 자꾸 떨어지는 현 시점에 의도만 좋은 허울 뿐인 이 같은 4대 악법은 시행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가뜩이나 경쟁력이 없는데, 이 같은 조치들이 중소기업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라며 "현행 법으로도 얼마든지 기업 통제가 가능한 현실에서 기업을 옥죄는 힘만 커지는 기조가 지속될 경우 기업 경영을 하고자 하는 마인드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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