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LG화학, 소송전 불사하며 경쟁사 공격
상반기 실적 부진 LG디스플레이는 수장 교체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인화 경영’을 모토로 삼았던 LG가 최근 공격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LG전자와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은 경쟁사와의 싸움에서 소송전을 불사하며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순한 LG’에서 ‘공격적인 LG’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LG의 ‘인화경영’은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경쟁사를 향한 노골적인 비방은 지나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의 주요 계열사들이 ‘소송전’을 불사하며 경쟁사와의 싸움에서 맹공을 펼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영업비밀 유출했다는 이유에서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 트윈타워 전경 /사진=미디어펜


소송은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LG화학은 지난 5월 서울지방경찰청에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형사 고소했다. 이 싸움은 최근까지 이어져 양사의 최고경영자가 만나기도 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을 불사한 LG전자의 공격적인 행보는 그동안 ‘인화경영’을 지향했던 LG의 풍토와는 사뭇 다른 행보여서 놀랍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LG화학에 이어 LG전자는 지난 19일 삼성전자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삼성전자의 ‘QLED TV’ 광고가 제품에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속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지난 5월 올레드 TV 설명회에서도 삼성 QLED TV를 비방한 바 있다. 이어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엔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도 삼성 QLED TV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싸움의 불씨를 댕겼다.

이후 지난 17일 LG전자는 국내에서 8K 디스플레이 설명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TV 화질 선명도가 국제 표준에 못 미친다며 또 다시 맹공을 펼쳤다. 이에 삼성전자도 같은 날 “화질 선명도는 옛날 방식”이라고 응수했지만, LG전자는 ‘공정위 신고’로 맞받아쳤다.

   
▲ 구광모 LG 회장(오른쪽)이 내연기관과 대등한 주행거리를 갖춰 전기차 시대를 본격 앞당길 게임 체인저로 개발중인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제공


이밖에도 실적 부진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수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LCD사업 부진으로 지난 상반기 5000억 원의 적자를 봤다. 이에 전임 한상범 부회장이 물러나고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새 수장으로 선임됐다. 

이 같은 조치는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닌 시기에 이루어져, 더 이상 실적이 좋지 않아도 참고 기다려주는 ‘인화경영’이 통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업계에서는 LG의 잇따른 공격적인 행보 뒤에는 구광모 회장의 ‘큰 그림’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 취임 후 LG의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했고, 소송전을 불사하는 공격적인 행보는 계열사의 자체 판단이라기 보단 그룹 차원에서 공감대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LG 측은 “각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취한 조치”라며 이 같은 분석에 선을 그었다. 

한편, 업계에서는 LG의 달라진 모습에 “인화경영을 버리고 글로벌 기업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경쟁사를 향한 노골적인 비방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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