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비대면 거래가 빠르게 늘고 사람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AI)이 대체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하반기 채용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AI 시스템은 최근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에 접목되는 등 활동영역을 늘려가고 있다. 조만간 금융소비자들은 새로운 개념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년도 국내 증권사들의 하반기 채용 규모가 평년 대비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국내에서 영업 중인 대형 증권사 가운데 올 하반기 100명 이상의 신입 공채에 나선 곳은 한국투자증권 밖에 없다.

   
▲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대형사인 NH투자증권의 경우 농협 공동채용을 통해 이번 달부터 두 자릿수 규모의 신규 채용에 나섰다. 삼성증권과 KB증권 역시 하반기에 두 자릿수 규모의 신규 인력을 진행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아예 올해부터 대규모 공채보다 수시공채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필요시 본부별 상시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밖에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하반기 공채 규모를 줄이고 있다. AI와 핀테크 영역이 커지면서 비대면 거래가 점점 활성화된 현실이 취업시장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비대면 거래의 확대는 증권사들의 업무방식을 바꿔놨고, 결국 신규채용을 축소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증권사 오프라인 지점 수는 총 1062개로 2011년 말 1856개에서 크게 감소했다. 최근 8년간 전체 지점 수의 약 42.78%가 감소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지점들이 문을 닫았다. 증권사의 전체 임직원 또한 3만 6366명으로 지난 2011년 말 4만 4055명에서 약 21.14% 줄었다. 3만 4329명이던 정규직원은 2만 6537명으로 축소됐고 계약직원은 8110명에서 8686명으로 약간 많아진 모습이다.

AI의 역할은 비단 취업시장에서만 커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다 구체적인 업무 영역으로 초점을 맞춰 보면 본래 사람이 하던 업무를 AI가 대체하는 영역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일례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AI 기반의 국내 최초 주식형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내달쯤 한국거래소에 AI 알고리즘을 접목시킨 주식형 액티브 ETF 상장 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주식형 액티브ETF는 코스피 등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ETF와 달리 주식형 펀드처럼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ETF의 장점인 저렴한 수수료를 바탕으로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게 액티브ETF의 장점이다. 

계획대로라면 국내 첫 주식형 액티브ETF는 AI 기반의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펀드매니저의 업무 영역에 AI를 적극 활용해 리스크를 최소화 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 2월 45조원을 돌파한 ETF 순자산총액이 이번 액티브 ETF 출시로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판단’의 영역에 AI가 진출하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국내 주식형 ETF 시장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AI의 영역 확대가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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