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19년 9월 23일(한국시간)은 '코리안 홈런 데이'로 기억될 만하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맏형 추신수(37·텍사스 레인저스)와 유일한 한국인 투수 메이저리거 류현진(32·LA 다저스)이 나란히 '의미 있는' 홈런을 날린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추신수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원정경기에서 시즌 23호 홈런을 날렸고, 류현진은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경기에서 시즌 1호이자 데뷔 첫 홈런을 날렸다.

추신수의 홈런은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신기록이었다. 2005년 메이저리그 무대를 처음 밟은 이래 추신수는 꾸준한 활약을 펼쳐왔다. 클리블랜드 시절이던 2008~2010년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정교한 타격을 자랑한 추신수는 전형적인 홈런타자는 아니지만 홈런도 꾸준히 쏘아올리며 만만찮은 장타력을 과시해왔다.

이전까지 추신수의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은 22개였다. 2010년, 2015년, 2017년 세 차례나 22홈런을 기록했다. 이번 2019시즌 추신수는 이 기록을 넘어서 23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추신수의 23호 홈런이 더욱 가치있는 이유는 만 37세나 되는 그의 나이 때문이다. 웬만한 선수는 은퇴를 했거나, 이미 쇠락기에 접어들었을 나이에 추신수는 오히려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 더욱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 어느새 텍사스 팀내 최고령 선수가 된 추신수가 얼마나 자기 관리에 힘써왔는지 증명할 수 있는 개인 최다홈런 신기록이다. '추추트레인'의 통산 홈런은 212개가 됐다.

   
▲ 추신수와 류현진이 각각 홈런을 터뜨리고 팀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텍사스 레인저스, LA 다저스 SNS


류현진의 홈런은 프로 데뷔 후, 그리고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홈런이었다. KBO리그 한화 이글스에서 뛸 때는 타석에 들어설 일이 없었지만, 지명타자제가 없는 내셔널리그 소속 LA 다저스에 2013년 입단한 후에는 타격을 해왔지만 타구를 담장 너머로 날려보낸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255타석, 210타수 만에 처음 맛본 홈런 손맛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들의 홈런은 종종 볼 수 있다. 류현진도 인천 동산고 시절 4번타자를 맡을 정도로 원래 타격 솜씨가 있었고 고교시절에는 홈런을 날린 적도 있다. 그러나 프로 입단하자마자 한화 에이스로 군림했고,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부상 당했을 때를 제외하면 선발 요원으로 피칭에 주력하다 보니 타격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끔 날카로운 타구를 날려보내고 담장을 직접 맞힌 적도 있어, 언젠가는 홈런을 칠 수도 있겠다는 기대는 있었다. 오래 기다려온 팬들이 드디어 류현진의 홈런을 감상할 수 있어 반가웠다.

코리안 메이저리그 투수들 가운데 홈런을 친 선수는 류현진이 세 번째다. 박찬호가 다저스 소속이던 2000년 2개의 홈런을 날리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뛰던 2009년에도 홈런 하나를 쳐 통산 3개의 홈런 기록을 갖고 있다. 또 백차승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이던 2008년 홈런을 친 바 있다. 

박찬호와 백차승이 메이저리그 시스템에서 성장한 선수들인 반면 류현진은 한화에서 7시즌이나 뛴 후 메이저그에 진출해 타격 훈련이 더 낯설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코리안 몬스터'의 첫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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