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전격 참석해 ‘비핵화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9번째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이 제안하고 미국이 수용한 ‘새로운 계산법’에 대한 조율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순방에 동행한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22일(현지시간) 현지 브리핑 내용을 볼 때 정부는 북미 양측의 이견을 좁혀 비핵화 로드맵을 만드는데 주력하면서 이를 위해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과 대북제재 해제를 동시에 상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주장해온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원칙으로 보이고, 북한이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는 대신 미국이 체제안전 보장은 물론 대북제재 해제를 일부라도 조합시켜 ‘빅딜’을 성사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방점을 찍고 있는 체제안전보장을 까다롭게 제시하면서 ‘플러스 알파’(+α) 없는 영변 핵시설 폐기만 제시하는 ‘단계적 합의-단계적 이행’을 고수할 경우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첫 번째 관건은 우선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북한의 스몰딜과 미국의 빅딜의 접점 찾기가 될 전망이다.

강 장관은 브리핑에서 “하노이회담 이후 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또다시 북미 간 협상이 될 경우 어떤 부분이 중요하게 부각될지에 대해 분석이 많았다”고 했다. 지난 하노이회담 때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시하며 일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거부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2일 오후(현지시간) 뉴욕JFK 공항에서 환영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과 한미정상 회담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청와대

아울러 강 장관은 “체제안전 보장에 대해 북한이 공개적으로 내놓은 여러 발언들에 어떤 합의가 있는지 공조를 통해 분석했다”며 “어쨌든 안전보장과 제재해제 문제 모두에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는 미국 측의 기본 입장을 같이 공유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시작됐을 때 어떤 결과를 향해서 나갈 것인지 (한미가) 공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노이회담 이후 북한이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미가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왔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아쉬운 부분은 대북제재 완화라는 점에서 이를 한번 거절당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안전보장과 함께 제재완화가 거론되는 이유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 계산법’ 때문으로 다만 미국은 대북제재 유지를 고수하면서 일단 영변 핵시설 폐기부터 수용하는 단계적 비핵화로 3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북미 협상에서 전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핵동결 즉, 핵활동 중단을 이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결국 이번 북미 협상은 앞으로 양측이 단계별로 이행할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맞추는 것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도 “비핵화 로드맵을 어떻게 그릴 것이냐에 대한 이견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은 (북미) 실무협상에서 그 로드맵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상이 정의가 있고, 또 미국이 말하는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와 우리가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그 목표에 대한 정의는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미국과 협상이 임박해지자 그동안 ‘통미봉남’하던 태도를 바꿔서 “민족 공조”를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가 23일 “최근 미국이 북남관계 진전이 ‘북핵 문제’ 진전과 분리될 수 없다고 또다시 을러메면서(위협하면서) 남조선(남한) 당국을 강박하고 있다”며 “대체 미국이 뭐길래 우리 민족의 내부 문제에 한사코 머리를 들이밀려고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남북 경제협력을 들어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시도로 보이면서 만약 미국에서 최근 나온 ‘유연성’이 남북경협에 적용될 경우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도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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